[더팩트|이중삼 기자] 이디야커피(이디야)가 지난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문창기 이디야 회장이 지난달 초 장남인 문승환 경영전략본부장을 등기임원(사내이사)으로 선임했다. 오너 2세 경영 수업을 본격화하면서 신사업·글로벌 사업을 키워 실적 반등에 힘을 쏟으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문 이사가 사내이사로 선임된 만큼, 경영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첫 관문이 될 것이라고 봤다.
2일 커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이디야 신규 이사회 멤버로 문승환 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1993년생인 문 이사는 지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이디야 평사원으로 입사해 경영수업 받다가 퇴사한 뒤 BCG, 커니, 딜로이트 컨설팅업체에서 경영전략 구상 등 실무를 익혔다. 이후 지난해 말 임원직인 경영전략본부장으로 '본가'에 복귀했다.
이와 관련, 이디야 관계자는 "문 이사는 그동안의 경험을 기반으로 신사업과 해외 사업 등을 총괄해서 담당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경영 수업 외 이디야가 실적 부진과 시장 내 애매한 위치 등 산적한 과제가 쌓여있는 만큼 문 이사를 필두로 체질 개선도 함께 하려는 의도로도 보인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디야 지난해 영업이익은 82억원으로 전년(100억원) 대비 18.1%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755억원으로 전년(2778억원) 대비 0.8%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100억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실적도 내리막길이지만 시장 위치도 애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리미엄커피와 저가커피 사이에 끼어있다는 것이다. 그 근거는 커피 가격이다. 이디야에서 판매 중인 아메리카노 라지 사이즈 한잔 가격은 3200원이다. 반면 메가커피는 2000원, 컴포즈커피는 1500원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이디야가 더 이상 저가형 커피 브랜드가 아닌 셈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등 초저가 커피 브랜드가 나온 뒤 이디야 위치가 애매해졌다"며 "이미 저가형 커피 시장에서는 이디야를 직접적인 경쟁사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새 리더십, 앞으로 성과 주목"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문 이사는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신사업과 글로벌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 것으로 분석된다. 문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재도약'이라는 경영 메시지를 강조했다. 문 회장은 경영효율성 제고를 통한 경쟁력 강화, 고객가치 중심 브랜드 리뉴얼, 가맹점 매출신장 총력, 해외진출 본격화 등 4가지 경영방침을 선포했다. 이를 통해 실질적인 경영쇄신을 이룬다는 목표다. 이르면 올해 말 브랜드 리뉴얼도 단행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 경우 지난해 12월 미국 본토 진출을 위해 괌에 1호점인 '괌 마이크로네시아몰점'을 열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메뉴와 함께 현지 특성을 반영한 특화 메뉴를 선보였다. 올해는 괌 2호점을 열고 이를 발판 삼아 미국은 물론 동남아사아로도 진출할 방침이다.
일부 업계·전문가들은 문 이사를 사내이사로 선임한 것과 관련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올해 성과를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종갑 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가족 구성원이 경영에 참여함으로써 기업 문화가 강화되고 가족의 가치관이 기업 운영에 반영될 수 있다"며 "2세 승계를 통해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기업을 경영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문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문 이사에게 발현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창업 단계와 다른 경쟁이 격화한 시대에 더 통찰력 있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문 화장의 그늘을 벗어나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도 "컨설팅 업체에서 경험을 쌓은 만큼 젊은 감각과 시선으로 회사 침체를 극복할 초석이 될지 관심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