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고금리 상황 지속 등으로 카드사들이 줄지어 연체율 상승을 겪는 가운데 삼성카드만 선방하고 있다.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의 '내실경영' 전략이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카드가 내실 기반의 효율경영으로 올해 수익성 확대까지 꾀할 수 있을 지 업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대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하나·신한·우리·KB국민카드)들은 모두 연체율이 뛰었다. 하나카드의 연체율은 1.67%에서 1.94%로 전분기 대비 0.27%포인트 올랐다. 신한카드의 연체율도 1.45%에서 1.56%로 0.11%포인트 증가했다. 우리카드의 연체율은 1.22%에서 1.46%로 0.24%포인트 높아졌다. KB국민카드는 1.03%에서 1.31%로 상승했다. 반면 삼성카드는 홀로 연체율 하락세를 나타냈다. 삼성카드의 연체율은 1.1%로 전분기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9일 보고서를 통해 "1분기 실적에서 다른 은행계 카드사들과 달리 삼성카드의 건전성 지표가 안정화되는 모습이 나타났다"며 "2023년부터 위험 차주에 대한 한도 축소 등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지속 적한 결과 연체율, NPL(부실채권) 비율 등이 어느 정도 안정화됐으며 대손비용도 전년 대비 7.5% 감소한 1753억원으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카드의 실적 선방은 지난해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의 내실경영의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삼성카드는 지난해 전체 영업 규모를 축소하고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 영업 역량을 집중했다.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높은 비카드 영업 자산을 줄여 연체율 상승을 억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카드의 영업자산 잔액은 24조7693억원으로 전년말(26조2175억원) 대비 5.5% 줄었다. 이 중 할부금융과 리스 등 비카드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5%로 전년 말(3.9%) 대비 0.4%포인트 축소됐다.
삼성카드는 비카드사업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높은 대출 자산을 축소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532억원에서 340억원으로 36.1% 줄어들었다. 반면 신용판매의 비중은 2022년 말과 동일한 71.2%로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안정적인 리스크관리를 바탕으로 올해 수익성 확대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카드는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2% 상승한 177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1분기 실적을 발표한 5개 사(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카드) 중 두 번째로 많은 순익을 낸 것이다.
자산규모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의 순이익은 1851억원으로, 전년 동기(1667억원) 대비 11% 늘었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는 820억원에서 1391억원으로 70% 증가했다. 하나카드의 순이익은 535억원으로 전년 동기(202억원)와 비교해 165% 급증했다. 반면 우리카드는 올해 1분기 순이익이 290억원으로 전년 동기(460억원) 대비 37% 감소했다.
건전성 개선과 순익 확대를 이룬 곳은 삼성카드가 유일하다. 올해 삼성카드가 수익성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이들 간 격차는 향후 더욱 커질 것이란 해석도 있다.
김대환 대표 역시 올해 수익성 위주로 경영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리스크와 효율 관리를 강화하고, 회사의 모든 전략을 이익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기존 안정성 위주의 영업전략에서 수익성 위주로 선회할 것을 공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올해 삼성카드가 신용판매 중심의 영업노선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2분기 이후에도 상당 기간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카드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산건전성 관리에 집중하고 내실 기반의 효율경영으로 수익성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