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인수한 기업결합에 대해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카카오는 지난해 3월 SM 주식 39.87%를 취득했고, 4월에는 관련 법에 따라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 절차를 밟았다.
공정위는 심사 결과 양사의 기업결합이 국내 대중음악 디지털 음원 시장의 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경쟁제한적 행위를 사전에 금지하는 조건으로 양사의 결합을 승인했다. 시정조치는 디지털 음원 유통사이자 디지털 음원 플랫폼 '멜론(Melon)'을 운영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부과된다.
이번 기업결합은 플랫폼이자 종합 콘텐츠 기업인 카카오와 케이팝(K-POP) 콘텐츠 기업인 SM 사이에서 이뤄졌다. 특히 국내 대중음악 디지털 음원 유통 시장과 플랫폼 시장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가 디지털 음원 기획․제작 시장의 1위 사업자인 SM과 결합하는 건이다. 카카오는 아이유, 아이브 등 소속 대중가수들의 디지털 음원을 기획·제작하면서, 이들 및 타사 음원을 함께 유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음원 플랫폼인 멜론도 운영 중이다. SM은 엔씨티(NCT), 에스파(aespa) 등 소속 대중가수들의 디지털 음원을 기획·제작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번 기업결합으로 SM의 강력한 인기 음원들을 확보해 디지털 음원 기획·제작 시장에서도 1위 사업자에 오르게 됐다. 동시에 SM의 음원 유통권까지도 확보해 음원 유통시장에서의 지위도 한층 강화했다.
카카오는 이번 기업결합 전에도 디지털 음원 기획을 비롯해 제작·유통·플랫폼 시장의 전 가치사슬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음원 기획·제작분야를 강화하고, 유통 분야의 점유율을 확대함으로써 기존의 수직계열화를 견고히 했다.
기업결합 신고 시점을 기준으로 카카오의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음원 기획·제작 시장(SM 포함) 13.25%, 음원 유통시장(SM 유통전환 포함) 43.02%(써클차트 20위 이내 기준 60%), 음원 플랫폼 시장 43.6% 등이다.
공정위는 SM의 강력한 디지털 음원을 확보한 카카오가 멜론의 경쟁 음원 플랫폼에 직접 유통하는 음원을 적기에 공급하지 않아 음원 플랫폼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봤다. 또 멜론에서 계열회사가 제작·유통하는 음원을 유리하게 소개·노출하는 방법('자사우대')으로 음원의 기획․제작과 유통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정위는 멜론의 경쟁 음원 플랫폼이 카카오에 음원의 공급을 요청할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음원 공급을 거절하거나 공급을 중단·지연하는 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또 독립된 점검기구를 설립해 멜론에서의 자사우대 여부를 점검할 방침이다.
점검기구는 카카오로부터 독립된 5인 이상의 외부 위원만으로 구성된다. 멜론의 최신음원 소개 코너인 '최신음악', '스포트라이트', '하이라이징' 등을 통한 자사우대 여부를 살펴본다. 디지털 음원 매출의 80%는 발매 후 3개월 이내에 발생한다. 이에 음원의 흥행을 위해서는 초기 홍보와 노출이 매우 중요한 점을 감안해 최신 음원에 대한 자사우대 점검조치를 부과한 것이다.
카카오는 앞으로 3년간 이같은 조치를 준수해야 한다. 다만 경쟁제한 우려가 현저히 감소하는 등 시장상황의 중대한 변화가 있는 경우 시정조치 전부 또는 일부의 취소 또는 변경을 공정위에 요청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시정조치는 기업결합 심사에서 플랫폼의 자사우대를 차단하기 위해 시정조치를 부과한 최초 사례이며,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기업결합에 시정조치를 부과한 최초 사례"라며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되지 않고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결합 심사를 충실히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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