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불패'도 옛말?…신규 상장사 절반이 공모가↓


투자 판단 위한 사전 정보 늘려야 한단 지적도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사 중 절반가량이 공모가 대비 주가가 낮은 것으로 집계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새롭게 증시에 상장한 신규 상장사들이 상장 후 절반가량이 공모가를 밑돌면서 일단 청약에 참여해 주식을 배정받으면 수익을 낼 수 있는 'IPO 불패'도 옛말이 되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상장사 14곳(분할상장, 스팩상장 제외) 중 6곳이 전날(29일) 종가 기준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상장사 중 공모가보다 주가가 밑돈 곳은 포스뱅크(1만8000원→1만1490원), HB인베스트먼트(3400원→2925원), 스튜디오삼익(1만8000원→1만2540원), 케이웨더(7000원→6100원), 이에이트(2만원→1만6110원), 오상헬스케어(2만원→1만5320원) 등이다. 이들 종목에 청약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배정받은 후 아직 매도를 하지 않았다면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올해 상장사 중 최고 공모가(25만원)를 기록했던 에이피알도 전 거래일까지 공모가보다 낮은 주가로 거래됐다. 에이피알은 코스피 상장 첫날(2월 27일) 최고 46만7500원까지 올랐으나 이후 내림세를 거듭했고, 지난주 23~24만원대 주가를 횡보했다. 다만 보호예수 물량이 풀린 29일 하루 만에 8% 넘게 오른 27만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체면치레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신규 상장사의 주가가 단기간에 하방 압력을 받는 배경으로 올해 국내 증시에 밸류업 프로그램 및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와 불안의 공존,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적 변수가 잦은 영향도 있으나 공모가 자체가 과도하게 높았다고 보는 이도 적지 않다.

실제로 올해 IPO 시장의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은 평균 900대 1이 넘었으며, 공모가 대비 주가가 낮은 종목에 이름을 올린 케이웨더 역시 1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해 수요예측 단계에서 고평가 논란을 받았다.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은 시장에 첫발을 디딜 때 종목의 가격을 산정하는 기준이다. 다만 기관 투자자들이 받을 수 있는 공모주 물량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상장사가 제시한 공모 희망 밴드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지 않으면 입찰도 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도 지적됐다.

올해 상장한 상장사들 역시 모두 희망밴드 상단에서 공모가가 책정됐다. 이는 일반 투자자 청약 경쟁률에서 14곳 중 12곳이 1000대 1을 넘어가는 결과로 이어졌으며, 에이피알의 경우 산술적으로 1주를 배정받으려면 1억2180만원에서 1억4615만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연이은 IPO 시장 고평가 논란에 따라 신규 상장을 앞둔 종목들은 프리 IPO 단계에서 IR(기업 설명) 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금융 당국은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항목들을 더욱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시선은 차기 IPO 주자들의 공모가와 상장 첫날 결과로 자연스레 관심이 쏠린다. 주목을 받는 종목은 단연 올해 상반기 '최대어'로 꼽힌 HD현대마린솔루션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일반 청약을 진행해 청약 증거금 약 25조1015억원을 모았다. 최종 공모가는 희망밴드 최상단인 8만3400원이며, 오는 5월 8일 상장할 예정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공모가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관 수요예측 결과를 보고 일반 청약에 나선 투자자들이 많은데, 희망 밴드 상단 이상으로 입찰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리는 기관 투자자들과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은 달라야 한다"며 "증권신고서 등에 상장사의 잠재 실적을 전망하는 수치나 설명보다는 현황이나 당분기 실적 등 사전 정보가 더욱 많이 공개될 수 있도록 규정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2kuns@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