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하도급사에 선박제조 관련 공사를 맡기면서 계약 내용을 적은 서면을 제때 발급하지 않고 '선시공 후계약'을 진행한 대한조선이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수급사업자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작업 내용과 하도급대금 등을 적은 서면을 발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원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산업재해 관련 비용 등을 수급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특약을 설정한 대한조선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96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대한조선는 2018년 7월부터 2021년 5월까지 56개 수급사업자들에게 선박제조의 수정·추가 공사를 위탁하면서 작업 내용과 하도급대금 등이 기재된 서면을 제때 발급하지 않았다. 대다수 위탁건은 작업이 끝날때까지도 계약서가 마련되지 않았다. 작업 시작 이후 최대 219일이 지난 뒤 발급한 계약이 63건, 작업 종료일까지 미발급한 계약이 6637건에 달했다. 이같은 행위는 원사업자가 하도급 계약의 내용을 담은 서면을 수급사업자가 작업에 착수하기 전까지 발급하도록 한 하도급법(제3조 제1항)에 위반된다.
같은 기간 56개 수급사업자들에 교부한 기본거래계약서 부속협약서, 안전보건협약서 등에는 원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산업재해 관련 비용을 부담시키는 특약도 담았다. 일례로 '대한조선 및 협력사의 종업원 또는 제3자의 생명, 신체, 재산에 대하여 상해 또는 피해를 입히는 경우 그 사고로 인한 일체의 손해배상책임을 협력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이같은 약정은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계약조건에 해당해 하도급법(제3조의4 제2항 제2호)에 반하는 행위다.
이에 공정위는 재발 방지를 명령과 함께 서면 발급의무 위반행위에 대해선 과징금 9600만원을 부과했다. 부당특약의 경우 해당 계약조항이 실제 내용대로 실행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선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선시공 후계약'과 부당특약의 거래행태를 적발해 제재했다"며 "향후 이같은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원사업자의 경각심을 높여 수급사업자의 피해 예방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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