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다빈 기자] 현대바이오사이언스(이하 현대바이오)가 그동안 정복하지 못한 뎅기열 치료제 개발에 본격 착수한다. 연이은 적자를 이어오던 현대바이오가 뎅기열 치료제의 임상에 성공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모기 매개 바이러스 질병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로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올해 미국을 포함한 미주 대륙 내 뎅기열 감염자 수는 357만8414건, 사망자 수는 1039명으로 감염 사례 규모가 전년(2023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1953년에 발견된 뎅기열 바이러스는 70년이 지났음에도 치료제가 전무해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크다. 기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뎅기열 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을 느꼈던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뎅기바이러스에는 유전자적 특성과 감염 증상이 각기 다른 4가지 유형이 존재하는데, 우선 치료제가 4개의 유형에 모두 효과가 있어야한다. 두번째로 뎅기열은 바이러스 수치가 증가하기 전 치료제를 조기투약해야 한다. 조기투약을 하기 위해선 △지카 △황열 △치쿤구니야 등 다른 모기 매개 바이러스 질환도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바이오는 브라질에서 뎅기열 치료제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브라질은 치료제가 없는 전염병 치료제에 대해 패스트트랙으로 빠르게 임상시험을 실시 할 수 있는 국가다.
현대바이오의 뎅기열 치료제의 주성분인 니클로사마이드는 세포실험을 통해 모든 유형의 뎅기바이러스에 항바이러스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약물이다. 또한 모든 모기 매개 바이러스 질환도 치료할 수 있는 범용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 앞서 언급한 뎅기열 치료제의 난제를 모두 극복한 것이다. 현대바이오가 과거 니클로사마이드를 주성분으로 한 코로나19 치료제 '제프티'의 전임상 및 임상시험을 통해 안정성을 확인했기 때문에 전임상 절차를 생략하고 곧바로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통합임상시험이 가능하다.
현대바이오는 긴급사용승인을 위해 기존의 임상시험 방식과 다른 바스켓 임상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바스켓 형식의 임상시험은 모기 매개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를 대상으로 뎅기열 치료제를 우선투약한 후 이 중 뎅기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로 밝혀진 환자를 대상으로 뎅기열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시험이다. 현대바이오는 추후 치료제 공급가격을 백신 가격의 절반 이하인 100달러대로 책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바이오관계자는 "임상은 해당 지역의 임상 기관 및 환자 모집에 따라 많은 변수가 있지만 브라질의 뎅기열 환자가 폭증하면서 현재 응급상황인 점을 고려할 때 올해 안에 임상 승인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보건당국에 따르면 브라질에서는 올해에만 전체 인구의 1.4%인 296만6339명이 뎅기열에 감염됐다. 이는 브라질 보건부가 뎅기열 환자 건수를 파악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로 가장 많은 감염자수다.
한편 현대바이오가 4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R&D)비용을 투자했던 코로나19 치료제 제프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회사 측의 입장 차이로 긴급사용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엔데믹 이후 코로나19 치료제의 경쟁력도 이전보다 현저히 떨어지면서 현대바이오는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제품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바이오의 지난해 매출은 95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상승했다. 반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98억원이다. 연도별 영업이익을 보면 △2020년 -45억원 △2021년 -98억원 △2022년 -264억원으로 적자에 빠져있다.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코로나 치료제 임상2상시험 진행 등에 따른 경상개발비의 큰 폭 증가로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현대바이오의 뎅기열 치료제가 승인을 받더라도 수익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단기간내 흑자 전환 성공은 어렵겠지만 뎅기열 치료제 시장이 미충족수요가 크기 때문에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경우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현대바이오는 췌장암 신약 폴리탁셀의 호주 임상 1상을 준비 중이다. 또한 p53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난소암·식도암 등의 난치성 암 환자를 대상으로 경구 니클로사마이드 대사항암제 임상을 실시할 예정이다. 세포의 DNA 손상을 감지하고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P53 유전자는 돌연변이가 될 경우 기존 항암제에 내성이 생기고 암세포가 급격히 전이된다.
WHO에 따르면 뎅기열 치료제의 세계시장 규모는 2023년 8억8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에서 2033년 54억달러(약 7조2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뎅기열 바이러스는 뎅기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가 사람을 무는 과정에서 전파되는 풍토병으로 주로 △아시아 △남태평양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 등 열대지방과 아열대 지방에서 자주 발생한다. 뎅기열에 감염될 경우 △고열 △두통 △근육통 △관절통 △피부발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신체출혈과 혈압저하 등 합병증이 심해질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통합임상시험에 성공한다면 긴급사용승인(EUA)을 받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통상적인 임상 기간보다 획기적으로 임상 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으로 볼 때 중간 분석 결과를 통해 임상의 최적화가 이뤄진다면 치료제가 없고 위기 상황을 선포한 국가와 관련도시에서는 신속한 EUA 진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2000년 현대전자로부터 분사해 모니터 제조 사업을 이어오다 2018년 주요 사업을 바이오로 전환하면서 현대바이오사이언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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