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지난 4·10 총선이 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이후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수혜 업종이었던 금융주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금융지주 경영지들은 직접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인 24일 종가 기준 KRX300 금융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9% 내린 942.47로 마감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지난달 14일 1068.13까지 급등했던 것과 비교하면 11.76% 내려간 수준이다.
KRX 지수는 대한민국 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특정 산업군의 주가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수다. KRX 300 금융 지수의 경우 주요 금융 종목 24개로 구성됐다.
대표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으로 꼽히는 금융주는 올해 초부터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며 상승세를 이어왔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한국 기업이 주식 시장에서 저평가받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제 22대 국회의원 총선 결과가 여소야대 국면이 유지되면서 주가가 주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정부는 공매도 전면 금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며 국정 동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유가증권시장에서 신한지주 주가는 24일 전거래일 대비 1.37% 하락한 4만3300원에 마감했다. 주가는 지난달 14일 5만1500원을 찍은 후 하락세로 전환했다. KB금융 주가도 지난달 7만8600원까지 올랐지만 24일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85% 하락한 6만8900원에 머무르고 있다. 6만5200원까지 올랐던 하나금융지주 주가도 현재는 5만6500원을 기록 중이다.
KRX 은행 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1.14% 하락한 773.21에 마감했다.
이러한 가운데 금융지주·은행 경영진들은 최근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가부양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지난 17일 신한금융지주 주식 5000주를 주당 4만2000원에 장내 매수했다. 총 매입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에 따라 그가 보유한 신한금융 주식은 1만3551주다.
김기홍 JB금융 회장도 지난 8일 자사주 2만주를 주당 1만2577원에 장내매수 방식으로 매입했으며, 지난달에는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장내매수 방식으로 자사주 5000주를 주당 7만7000원에 매입했다.
업계는 금융사 CEO들의 이같은 자사주 매입 러시를 두고 불확실성이 커진 금융환경 속에서도 주가회복 의지를 내보인 행동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부 주도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 중인 가운데, 금융사 CEO들의 자사주 매입은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을 다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주가 다시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중장기적 추진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면서 밸류업 관련 우려가 일부 완화됐다"며 "무엇보다 외국인들의 국내 은행주에 대한 스탠스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초 이후 상승폭 3분의 2를 반납한 은행주 비중을 다시 늘려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향후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가 기대되는 만큼, 국내 은행주들의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