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현대자동차가 새로운 전동화 비즈니스 플랫폼 'ST1'을 선보였다. 섀시캡(Chassis-Cab) 구조로 후방에 카고를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을 탑재할 수 있고, 소프트웨어(SW) 측면에서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지원해 비즈니스에 특화된 기능 설치로 효율을 극대화했다.
현대자동차는 24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신차 발표회를 열고 비즈니스 플랫폼 'ST1'을 공개했다. ST1은 사용 목적에 따라 최적화된 형태로 확장할 수 있는 섀시캡 구조를 채택했으며,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서비스를 지원한다.
섀시캡은 섀시(차량의 뼈대)와 캡(승객실)만으로 구성된 차량으로, 캡 뒤쪽에 적재함을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주문 제작이 가능하다. 고객 비즈니스에 맞춰 카고, 카고 냉동, 경찰 작전차, 응급 구조차, 캠핑카, 전기 바이크 충전차, 이동식 스마트팜, 애완동물 케어숍 등 다양한 특장 모델을 제작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플러그 앤 플레이(Plug & Play) 기술이 탑재됐다. ST1 내외부에 별도 커넥터를 구성해 고객사가 특장 차량에서 차량 전원, 통신 데이터 등을 비즈니스에 맞춰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ST1은 오픈 API를 지원해 외부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고객사나 파트너사는 데이터 오픈 API를 활용해 실시간 차량 운행 정보(차량 위치, 속도, 시동 상태, 배터리 충전량)나 차량 운행 분석 데이터 등을 전달받고, 더욱 효율적으로 차량을 관리할 수 있다.
ST1에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장착해 고객사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차량에 탑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번에 먼저 출시된 ST1 카고와 카고 냉동은 안전성과 실용성을 높인 디자인과 기능들을 대거 탑재했다.
전면부는 기존 1톤 트럭처럼 보닛이 없는 디자인을 벗어나 충돌 안전에 강한 세미 보닛 타입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정면충돌 시 탑승객의 안전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전면 범퍼와 사이드 가니쉬(장식), 후면 범퍼 등 긁힘이 자주 발생하는 부위는 검정색 보호대(프로텍터)를 적용했다
유선형의 루프 스포일러(날개)를 비롯해 캡과 적재함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가니쉬를 장착해 공력 성능도 향상시켰다.
실내는 전자식 변속 버튼을 적용하고 12.3인치 컬러 LCD 디지털 클러스터(계기판)와 10.25인치 전용 내비게이션 화면을 탑재했다. 이와 함께 큰 센터 콘솔과 크래시패드, 1열 상단 수납함, 프렁크 등 다양한 수납공간을 마련해 사용성을 한층 높였다.
적재함의 경우 측면에는 슬라이딩 도어를, 후면에는 트윈 스윙 도어를 적용했고, 모두 일반 걸쇠형 잠금장치가 아닌 전동식 잠김 시스템을 적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후면 트윈 스읜 도어는 열림 작동 시 양쪽 문이 90도로 고정되고, 최대 258도까지 열고 고정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적재함 후면에는 스텝 보조 발판을 추가해 적재함을 좀 더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했다.
냉동 카고는 열전도율을 낮춘 신규 단열재를 사용해 높은 단열 성능을 제공하며, 냉동 적재함 바닥은 알루미늄을 적용해 부식과 미끄럼을 방지할 수 있게 했다.
ST1은 현대차 승용 내연기관의 3세대 플랫폼을 화물 적재용으로 저상화했다. ST1 카고와 냉동 카고 모두 76.1kWh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가 카고는 317km, 카고 냉동은 298km이다. 이는 카고 기준으로 포터 일렉트릭(211km)보다 두 배 늘어난 거리다.
ST1 카고와 카고 냉동의 모터 최고 출력은 160kW, 토크는 350Nm으로 두 모델 모두 동일하며, 전비는 카고가 3.6km/kWh, 카고 냉동 2.4km/kWh이다.
ST1에는 주차가 잦고, 승하차가 빈번한 물류 차량의 특성을 반영한 편의장치도 대거 추가됐다.
적재함 실내고는 1700mm로 작업자가 허리를 크게 구부리지 않도록 설계됐으며, 후방 충돌 경고 시스템을 적용해 주변 물체와 충돌이 예상되면 화면과 경고음을 통해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적재함 도어를 열어놓은 상태로 주행을 시도하면 경고를 보내는 '카고 도어 열림 주행 경고' 기능도 장착했으며, 운전자가 하차하거나 탑승할 때 차량이 스스로 판단하고 시동을 걸고 끄는 '스마트 드라이브 레디' 기능도 제공한다.
또 클라우드 기반 내비게이션을 통해 근처 전기차 충전소, 도착 예상 배터리 잔량, 주행 가능 거리 등 운행 필요 정보를 한눈에 보여준다.
현대차는 ST1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플랫폼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파트너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API의 활용도를 높이고, 국내 유통기업 등 협업 관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민상기 현대자동차 PBV사업실 실장은 "비즈니스 플랫폼이 확대하려면 ST1으로 축적되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고객사가 다양한 서비스와 아이디어를 내고, 잘 활용하도록 편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민 실장은 "오픈 API를 잘 활용한다면 다양한 차량을 활용하고 관리하는 '플릿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고, 냉동 카고의 경우 냉동 온도 기록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자동으로 모바일로 전송하는 등의 서비스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PBV디벨롭먼트실 상무는 "ST1은 개발 과정에서부터 CJ대한통운, 롯데, 컬리 등 18개 업체와 함께 협업했으며, 2주에서 2개월까지 고객사들이 직접 차량을 운용했다"면서 "실제 비즈니스에 투입한 뒤 피드백을 개선하는 형태로 장단점을 파악하고 문제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중국 전동 상용차와 비교하면 배터리, 보조금, 편의사양에서 우위를 점한다고 설명했다. 김우석 현대차 국내상품운영2팀 팀장은 "ST1은 고용량 배터리 탑재와 공력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소형 전동 상용차 시장에서 가장 긴 주행거리를 확보했다"면서 "편의사양과 안전사양에서도 중국 상용차 대비 월등하며, 보조금도 충전 속도와 배터리 효율 측면에서 봤을 때 100% 지급받을 수 있어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포터 일렉트릭과 같은 기존 전동화 상용차의 단종은 없다고 일축했다. 김 팀장은 "ST1은 포터와는 또 다른 비즈니스 플랫폼 최적화 모델"이라며 "기존 포터 일렉트릭의 단종 계획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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