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항공업계의 호황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항공기 운용에 대한 비용이 높아져 수익성이 낮아지고, 소비심리 위축으로 여행객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다.
22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5월 인도분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41달러(+0.50%) 상승한 83.14달러에 거래 마감했다. 6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0.21% 상승한 배럴당 87.29달러에 마감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해 항공사들의 운영비가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항공사 운영비용 중 유류비는 약 20~30%를 차지한다. 국내 최대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의 경우 연간 3100만배럴의 항공유를 이용한다.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약 350억원의 손실이 나타나게 된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항공유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국제 항공유의 경우 배럴당 평균 102.48달러로 전년 대비 4% 상승했다.
유가 상승과 더불어 고환율 장세가 지속되면서 항공업계의 시름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종가보다 7.3% 상승했으며,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8년과 2009년 같은 기간 6.9%와 5.8% 상승한 것보다도 더 높은 상승률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장중 1400원을 돌파한 이후 22일 오전 10시20분 기준 1382.40원을 기록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임대료, 부채비용, 해외공항 사용료·조업료 등을 달러로 결제하기에 환율이 오를수록 운영비용이 상승하고,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 환율 10원이 오를 때마다 대한항공 350억원·아시아나항공은 280억원의 환차손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은 14조5751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성과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5869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도 매출은 6조5321억원으로 전년보다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007억원으로 전년보다 45.4% 줄었다.
여객 수요는 높았지만, 운항 회복과 사업량 증가에 따라 운영비 역시 함께 증가했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유류비는 전년 대비 16.10% 증가한 4조8023억원, 인건비도 27% 증가한 4조8023억원으로 기록됐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여행 심리 위축도 2분기 이후 매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가 인상되고, 환율 상승으로 인해 여행지 물가가 높아지면서 여행 계획을 취소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심리지수(CCSI)는 100.7로 전월 대비 1.2포인트 내렸다. 지난 11월(97.3) 이후 4개월 만의 하락 전환이다.
소비심리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보다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시각이,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고 해석된다.
항공업계는 화물 사업 확대와 선별적 여객 노선 공급 등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항공사 관계자는 "장기간의 고물가와 유가·환율 상승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기업 체감경기가 악화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신규 화물 수요 발굴,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여객 노선을 공급하는 등 선제적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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