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인터뷰<상>] 이한성 원장 "올바른 ESG경영, 사람에 대한 인식 변화부터"


"ESG경영은 지속가능에 대한 이야기"
"알면서도 외면헀던 다양한 부조리 정면으로 마주하고 해결해야"

이한성 한국EGS경영개발원장이 지난 3일 서울 마곡 한국ESG경영개발원에서 취재진과 만나 ESG경영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이한림·이선영 기자] "ESG 경영을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4월 초 서울 마곡 한국ESG경영개발원에서 만난 이한성 원장은 최근 한 기업에서 ESG경영에 관한 질문을 받고 말문이 막혔다고 고백했다. ESG경영을 공식적으로 선포한 많은 경영자를 포함해 ESG를 담당하는 부서 임직원들마저 ESG경영을 단순히 친환경, RE100, 지속가능성 등으로만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한성 한국ESG경영개발원 원장은 ESG경영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인식, 공존의 자세와 상생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러 사람의 각자 다른 시각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 다양성을 존중해야만 ESG경영 또한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기업이 ESG경영을 잘 하기 위해서는 혼자선 절대 못 한다. 똑똑한 천재가 여러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렇지 않다. 집단 지성이 더 중요한 시대이며, 집단 지성을 이끄는 것은 다양성이다. 다양성은 사람에 대한 인식 변화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한성 원장은 국내 기업들이 ESG경영을 잘 하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인식의 변화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용희 기자

이 원장은 과거 KMA한국능률협회에서 일하던 시절 UN에서 발간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보고서를 보고 많은 나라와 기업들이 ESG경영을 공감하고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이후 ESG경영에 대한 교육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규모가 큰 기업을 중심으로 운영했고, 중소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에도 평가와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2022년 3월 중소벤처기업부의 인가를 받고 한국ESG경영개발원을 설립했다.

이 원장은 "한국ESG경영개발원을 설립하고 나서는 ESG보고서 공시 쪽으로 시작했고 ESG평가도 해왔다. 'ESG팟'이라는 온라인 평가시스템을 통해서 기업의 ESG 수준을 진단하는 프로그램도 하고 있다. 커리큘럼이나 다양성 면에서는 우리가 제일 많을 것이다. 평가와 보고서 뿐만 아니라 민간 교육도 하고 있다. 50세 전후 퇴직자나 경력 단절 여성분들 대상으로 ESG 교육도 한다. 앞으로는 중소·중견기업들이 ESG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우리 개발원이 '닥터'가 되는 것이 목표다. ESG 전환을 빨리 시키고 싶고, 시민 활동의 장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원장이 바라본 ESG경영의 현주소는 다소 냉소적이었다. 기업인이나 정치인, 또는 일반인들도 ESG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충분한 이해가 되지 않다 보니 자기 기준으로만 해석해 역풍을 맞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과거 국내 기업들의 기후관련 피해로 인한 손실이나 삼풍백화점 붕괴, 제약회사나 금융기관의 횡령 등 사건·사고를 예로 들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원장은 "2021년 기상이변으로 오스틴 공장이 3일간 정지돼 4000억원가량의 손실을 낸 삼성전자, 2022년 힌난노 태풍으로 1조20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본 포스코 등 앞으로도 기후 관련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기업이나 조직을 단숨에 망가뜨리는 건 투명한 내부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1995년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불법증축과 허가가 이뤄졌고, 옥상에 생긴 싱크홀 등 내부 문제 제기는 무시됐다. 최근에도 제약사나 금융기관의 재무 담당자가 수천억원을 횡령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는 사건이 지속된다. ESG경영은 지속가능한 경영에 관한 이야기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그간 몰랐거나 알면서도 외면했던 다양한 부조리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해결해 갈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한성 원장은 ESG경영은 지속가능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남용희 기자

그런데도 ESG경영을 잘하는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갈 때는 활짝 웃어 보였다. 이 원장은 취약한 부분을 들여다볼 줄 아는 용기에서 비롯된 다양성과 소소한 변화 등이 ESG라는 키워드 안에서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고 ESG경영 또한 한 걸음씩 발전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국내에서도 (ESG경영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있다. 이 중 매년 '기업시민 보고서'를 발간하는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철을 만드는 고로(용광로)를 탄소 배출량이 더욱 낮은 전기고로 바꾼다든지 그런 노력을 한다. 글로벌 ESG 공시인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기준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낸 SK시트론도 좋은 사례다. 파주의 한 가죽제조업체는 ESG평가를 받고 나이키의 벤더사가 됐으며, 직원 수가 10명 남짓하지만, 쿠팡 입점을 위해 ESG평가를 받겠다는 기업도 있었다"며 "ESG경영은 지속가능에 대한 이야기다. 기업의 리스크를 헷지한다는 이야기도 된다. 현재 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기업들이 ESG경영을 하나의 기회로 보고 잘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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