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악재에 1400원 뚫린 환율…당국 개입에도 공포심 이어지나


환율 급등에 외환당국 구두개입 나서
2차 환율 상단 1440원선 전망

원·달러 환율이 1년 5개월 만에 1400원 선을 돌파하며 외환당국이 경계감을 드러냈다. 사진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된 모습.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원·달러 환율이 1년 5개월여 만에 1400원을 터치하며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섰다. 최근 중동지역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기대감도 후퇴하면서 원화 평가 절하가 가중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원·달러 환율 상승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1400원 중반까지 오르는 것은 제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5원 내린 1390원으로 출발했다. 이후 오전 장 중 1388.4원으로 하락하며 개장가 부근에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환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전날 환율은 장중 1400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터치한 건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 긴축기 등 3차례뿐이다.

원화 가치가 큰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 물가와 중동 불안 영향이 크다. 미국 물가 상승률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기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화할수록 달러 가치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진 점도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높이고 있다.

환율이 급등하자 외환당국은 구두개입에 나서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외환당국이 공식적으로 구두개입하며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를 제한한 것이다. 전날 외환당국은 "환율 움직임, 외환수급 등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은 2022년 9월 15일 이후 처음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환율과 관련 필요시 안정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16일(현지시각)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 D.C.에서 가진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과 관련 "필요하면 시장안정화 조치를 할 여력과 방법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환율 상승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1400원 중반까지 오르는 것은 제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뉴시스

시장에서는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원·달러 환율 상승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다만 1400원대 중반까지는 오르지 않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다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 유의미한 1차 상단은 1400원 초반 수준으로 전망된다"며 "중동 갈등 전개 상황에 따라 확전으로까지 연결될 경우 2차상단으로 1440원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관건은 2022년 10월 고점인 1440원 선까지 상승 폭이 확대될 수 있는가가 될 것이나, 아직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 중반으로 올라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환율 급등과 관련 과거 IMF·글로벌 금융위기 등과는 다른 상황인 만큼 지나친 공포심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리스크 혹은 자금경색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신용 위기가 크게 현실화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실제 미국 신용스프레드는 하향 안정 추세로 가고 있고, 과거 원·달러 환율 1400원대 국면에서 미국 신용스프레드가 급격히 상승하던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와 달리 서학 개미도 많고, 해외 순자산도 굉장히 늘었다"며 "기본적으로 옛날처럼 환율 변화에 따라 경제 위기가 오거나 그런 상황은 아니다. 선진국형 외환 시장 구조가 자리잡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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