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은행권이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손실의 자율 배상 절차에 돌입했다. 그러나 '배상 비율'을 둘러싼 은행과 가입자들의 진통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가입자가 은행을 상대로 줄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날부터 홍콩H지수 ELS 손실 배상 대상 고객에게 배상 절차 및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가입자별 가산·차감 요인을 적용해 산정한 배상 비율과 배상액을 이달 중 개별적으로 고지하기로 했다. 이후 영업점에 방문해 배상안 수용 여부를 밝힌 뒤 배상금을 수령할 수 있으며, 영업점 방문이 어려울 경우 KB스타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다.
앞서 우리은행은 가장 먼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했다. 이후 지난 12일부터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되는 고객을 대상으로 개별 접촉을 시작했다. 가입 고객에게 개별적인 안내 문자를 일괄적으로 발송했으며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되면 담당 영업점에서 고객 상담을 진행해 수용안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배상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9일 일부 투자자와 합의를 거쳐 첫 배상금을 지급했으며, 신한은행도 지난 4일 일부 고객에게 처음으로 배상금을 지급했다.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도 배상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배상 비율'에 불만이 있는 일부 가입자들이 소송 등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어 수습에 난항도 예상된다. 각 은행들이 배상안을 내놨지만, 가입자들과 합의를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은행들은 배상비율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평균 40% 안팎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감원 측도 20~60% 배상을 받는 가입자가 가장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가입자 단체 등은 100% 배상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일부 가입자들은 지난 9일부터 '홍콩 ELS 사태에 대한 피해 차등 배상안 철회 요청에 관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청원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1만109명에게 동의를 얻었다.
길성주 홍콩 ELS 피해자 모임 위원장은 "금감원의 자율배상기준안을 살펴보면 전형적인 사기판매 임에도 불구하고 배상기준안이 은행 귀책사유가 50%가 넘지 않도록 했다"며 "이는 피해자인 우리의 입장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금감원 배상 기준안 자체를 받아드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은행들이 피해자들의 수용할 수 있는 배상 비율, 즉 최소 80% 이상이라는 배상비율을 제시한다면 받아드리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분쟁조정, 소송 등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홍콩 ELS의 경우 가입한 고객도 많고, 고객에 따라 사례도 천차만별"이라며 "특정 고객의 배상비율이 언급될 경우 기준점이 될 수 있어 그런 가능성을 고려해 배상비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의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각 은행들이 배상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가입자들의 경우 높은 배상비율을 원하고 있어 간극이 있다. 은행 측이 제시한 배상 비율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금감원의 분쟁조정위원회로 가는 수밖에 없으며, 이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