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과 일회성 충당금 발생으로 실적에 발목이 잡힌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1분기 곳곳에서 반등 신호를 감지하고 있다.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이 감소세에 접어들었고,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주식 거래 활성화로 증시거래대금이 늘어난 영향이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하루 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2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16조5000억원보다 26.69%(4조9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1분기 주식 거래대금이 늘어난 배경으로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에 따른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의 강세, 연내 금리 인하 기대 등에 따른 투자 심리 회복 등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1분기 주식 거래대금이 전년 4분기보다 늘어난 것은 다소 이례적으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끈다. 통상적으로 연말 증시에서는 성탄절을 전후로 소비가 증가하고 기업의 매출이 올라 연말 보너스 지급 등이 이어져 투자자들의 심리가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또한 지난해 증권사 실적을 멍들게 한 주범인 부동산 PF 익스포저 역시 감소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한국기업평가 금융2실이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말 증권사의 국내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23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3월 24조9000억원보다 7% 감소했다. 여기에 지난해 보수적으로 쌓은 충당금 손실 역시 올해는 추가 적립 부담이 없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권가도 증권사의 1분기 실적 눈높이를 상향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등은 전 분기 대비 흑자전환이 관측되고, NH투자증권도 전년 동기 수준까지 영업이익이 회복할 것으로 점쳐진다.
증권사들의 1분기 내 52주 신고가 행진도 같은 기간 호실적을 가늠케 한다. 전통적인 배당주로만 분류됐던 증권주가 기업 밸류업 관련주에 포함되면서 수급을 이끌었고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의 연이은 자사주 소각 발표 등이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9200원)과 삼성증권(4만2750원)은 지난 2월 23일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으며, 한국금융지주(7만5200원)는 3월 5일, NH투자증권(1만3100원)은 같은 달 14일, 키움증권(13만6600원)은 같은 달 15일 각각 1년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저조했던 일평균 거래대금이 올 초 밸류업 프로그램, 금리 인하 기대 등 다양한 이벤트로 20조원을 넘어섰다"며 "대부분 증권사가 지난해 충당금 및 감액손실을 보수적으로 반영했고, 전반적인 영업환경 개선에 힘입어 증권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