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천시=이중삼 기자] 올해로 100살이 된 하이트진로가 지금까지 걸어온 100년과 앞으로 나아갈 100년의 청사진을 보여주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회사는 지난 11일 '100년을 만든 기술력'이라는 주제로 경기 이천시 부발읍 회사 이천공장에 취재진 30여 명을 초대했다. 이천공장을 선택한 이유는 기술력을 보여줄 때 가장 좋은 장소가 공장, 그 중에서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증류식 소주를 생산하고 있는 이 공장이 적합했기 때문이다.
이천공장은 1983년에 지어져 단일 제품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제품을 만들고 있는 생산기지다. 1일 최대 600만병의 '참이슬'을 생산하고 있고 프리미엄 증류주 '일품진로'는 이 공장에서 단독으로 만들고 있다.
이날 하이트진로는 1924년 평안남도 용강군에서 출발한 '진천양조상회'(진로) 때부터 현재 회사로 발전한 역사를 비롯해 소주·맥주·증류주 등 대표 브랜드 탄생과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후 추진 중인 통합연구소 현황과 향후 100년 기업을 위한 포부도 밝혔다.
정세영 하이트진로 커뮤니케이션 상무는 '100년을 만든 기술력'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정 상무는 회사가 장수 기업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최초', '1등' 두 가지 키워드를 꼽았다. 정 상무는 "회사에 수많은 최초와 1등 제품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국내 주류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참이슬, 테라 등은 100년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발표를 통해 소주·맥주·증류주 등 제조 공정부터 주요 제품 브랜드를 소개했다. 참이슬·테라 등 브랜드 탄생 배경과 판매량 추이 등이 그것이다. 앞으로 100년을 준비하기 위해 연구영역 다각화, 연구 역량 강화, 연구 인프라 구축 등 사업 청사진도 밝혔다. 오는 2025년을 목표로 경기 용인에 통합연구소를 준공·운영해 최고의 종합주류연구소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전장우 하이트진로 연구소장은 통합연구소가 설립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전 연구소장은 "맥주 연구소는 강원 홍천공장, 소주 연구소는 충북 청주공장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 경기 용인에 지하 2층 지상 4층으로 연구소를 짓고 있다. 늦어도 내년 초에 이전할 계획"이라며 "단일 건물 연구소로 이전하면 조직도 개편하고, 소주와 맥주 뿐만 아니라 청주와 위스키 등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할 수 있다.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설계하는 것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 회사는 통합연구소 설립 외에도 베트남 해외공장 건립 추진, 증류소 공장 건립, 경영 내실화 등을 통해 소주 세계화에 나서겠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앞서 김인규 대표는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제7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창립 이래 최초로 베트남에 해외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소주 세계화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며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경영 내실화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일품진로' 단독 생산기지…'목통 숙성실' 가보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조5201억원, 영업이익은 1239억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회사 연간 영업이익이 2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9일 보고서를 통해 "실적 턴 어라운드를 기반으로 한 기업가치의 우상향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100년사 발표에 앞서 이 공장에 도착한 뒤 처음 들린 곳은 '목통 숙성실'이다. 취재진은 공장 입구에서 위생모, 위생화를 지급받고 목통 숙성실로 향했다. 8개 층으로 제작된 선반 틀 안에 수많은 목통이 눈길을 끌었다.
이곳은 1년에서 24년까지 숙성된 증류원액이 담긴 목통을 보관하는 시설이다. 숙성실 온도는 10도로, 여름에도 20도 미만으로 유지한다는 게 하이트진로 측 설명이다. 온도가 올라가면 목통 안의 술에 포함된 에탄올과 휘발성분이 빠져나가 손상을 입을 수 있어서다. 또 최상의 증류주를 제조하기 위해 목통을 주기적으로 검사해 보수·폐기·교체 작업을 한다. 200L(리터) 목통 기준으로 5000여 개가 보관돼 있다. 이 목통은 미국에서 버번위스키를 숙성하던 것으로 이 회사가 개당 30만~40만원에 들여와 숙성하고 있다. 용량이 큰 10000(L)리터 목통도 수십 개가 있었다. 이 목통은 프랑스에서 수입해 사용 중이다.
이날 설명을 맡은 이영규 증류주 제조 파트장은 "목통 숙성실은 증류식 소주의 원료가 되는 증류원액을 저장하는 곳으로 목통에서 숙성과정을 거친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 안에 있는 셀룰로오스와 반응하게 되면 흔히 아는 위스키 같은 술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숙성실 내부에는 1년에서 24년까지 숙성된 목통을 보관하고 있다"며 "지난해 23년산 일품진로가 출시됐고 올해도 24년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라며 "과거 10년 숙성 제품을 내놓은 적이 있어 소비자 요구가 있다면 다양한 숙성 원액을 활용한 제품화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