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윤석열 정부는 5년 임기 내내 여소야대 구도가 이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야권과 괴리가 있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관련 법 개정을 위해선 야당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와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들어 진행한 24회의 민생토론회에서 내놓은 국토교통부 정책 179개 가운데 법 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17개'다.
가장 주목받았던 과제로는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 폐지'와 '재개발·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등이 꼽힌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2035년까지 공시가 현실화율을 90%로 끌어올리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2021년부터 적용해 왔다. 현 정부는 이 계획을 폐지해 주택 소유자의 각종 세금 부담을 경감해 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1차 민생토론회에서 "정부는 일단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이미 되돌려 놨다. 이건 일시적인 조치고,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공시가격이 또 오르게 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고 있다"며 "법을 개정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법 개정 전이라도 여러 가지 다양한 정책 수단을 통해 폐지와 같은 효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법정 의무 사항이다. 폐지를 위해선 현행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손질이 필수적이다. 이에 국토부는 현실화 계획 폐지가 당장 내년 공시부터 적용될 수 있도록 지난 2월부터 추진 중인 연구용역을 적극 활용해 이행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올해 11월까지 '부동산공시법' 개정 등 후속 조치를 마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를 뒤집고, 반대 편에 선 윤석열 정부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법 개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 현실화 계획뿐 아니라 부동산 공시법 26조 2항에 있는 정부의 의무 자체를 없애는 법 개정 전까지는 임시방편으로 2020년 수준의 현실화율을 고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도시정비사업 규제 완화도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안전진단 통과 시기 조정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비수도권의 개발부담금 한시 면제는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을 손질해야 한다. 또 △소규모 정비사업의 주민동의율 완화 △조합설립 동의요건 완화 △용적률 상향에 따른 기부채납 방식 변경 등을 위해선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 특례법'에서 규정한 사안을 개정해야 한다.
국토부 소관 외에도 부동산 세제 개편을 위해서 필요한 법 개정 사안이 산적해 있다. 행정안전부는 소형주택·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신규 취득하는 경우 해당 주택은 취득세액 산출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기 위해 조세특례법·지방세기본법 등의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소형주택 공급 활성화와 지방을 중심으로 쌓이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전문가들은 이번 국회가 재차 여소야대 형태를 유지하면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추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존에도 여소야대 상황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제한적으로 정책을 펼쳤는데, 이런 상황이 남은 임기 동안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정부의 정책은 대다수 지난 정부가 마련한 정책의 '폐지 및 완화'를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등 충돌이 예상되는 정책에선 실거주 의무 사례처럼 폐지보다는 완화 등에 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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