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콘강 건넌 영풍·고려아연…법원, 서린상사 주총 여부 조만간 판단


고려아연, 주총 소집 허가 신청…상법상 허가 전망 

영풍과 고려아연이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서린상사 임시 주주총회 개최에 대한 법원 판단이 조만간 내려진다. 사진은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영풍·고려아연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영풍과 고려아연이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서린상사 임시 주주총회 개최에 대한 법원 판단이 조만간 내려진다. 주총 소집 허가 신청 성격상 절차적 영역인 만큼 고려아연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선 임시 주총에서 양사의 결별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오는 17일 오후 2시 20분 고려아연이 신청한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앞서 지난 3일 기일을 열 예정이었으나 이날로 연기됐다.

서린상사는 고려아연과 영풍의 생산 제품을 유통하는 고려아연 알짜 계열사다. 지분은 고려아연 측이 66.7%, 영풍 측이 33.3%를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은 영풍이 갖고 있어 영풍 장씨 집안과 고려아연 최씨 집안의 75년 동업 상징으로 여겨졌다.

앞서 양측은 지난달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붙어 무승부를 기록했다. 당시 고려아연이 상정한 의안 중 주당 5000원 결산 배당 내용이 담긴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 승인의 건'은 통과됐다. 영풍 측은 주당 1만원 배당을 요구하며 안건 승인을 반대했다.

하지만 고려아연 측의 '정관 변경의 건'은 부결됐다. 고려아연은 신주발행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현 정관을 삭제하는 안건을 올렸다. 영풍은 경영진의 무분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가능해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영풍 측은 지난달 6일 고려아연과 현대자동차 해외법인 HMG글로벌 사이 이뤄진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신주발행을 무효로 해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했다. HMG글로벌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지분 5% 주식 104만주가량을 취득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오는 17일 오후 2시 20분 고려아연이 신청한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이새롬 기자

당장 고려아연의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 사건은 인용될 전망이다. 실질적인 법원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 아니라 절차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상법상 주주는 임시 총회 소집을 청구할 수 있고, 절차를 밟지 않을 시 법원 허가를 받아 소집할 수 있다.

법원 판단 이후 서린상사 주총은 열릴 전망이다. 상법상 사업연도 말일을 배당기준일로 규정하고 매년 12월 마지막 날을 의결권 기준일로 하며 그 기준일 3개월 이내 주총을 개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3월에 주총이 열려야 했지만, 4월로 넘어간 상황이다.

고려아연 측은 주총이 열리면 고려아연 측 인사 4인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최창근 명예회장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이사회는 고려아연 4명, 영풍 3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8대 3으로 만들어 이사회를 장악한다는 구상이다.

영풍 측이 신청한 신주발행무효 사건은 변론기일이 잡히지 않았다. 영풍 측은 법무법인 케이엘파트너스를, 고려아연 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다. 법원 판단에 따라 유상증자 시도가 막힐 가능성도 있다.

법정 다툼과 별개로 고려아연은 결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9일 영풍 측에 원료 공동 구매와 공동 영업 종료를 통보했다. 공급 감소로 인한 납품 차질 시 손해배상 위험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경영권 분쟁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조만간 황산 거래 중단 선언을 할 전망이다.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만들어지는 황산이 울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보관됐는데, 이를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영풍 측이 보관 시설을 마련하도록 일정 유예기간을 둘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올해 하반기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에 있던 본사를 44년 만에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빌딩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75년 동업을 끝내기 위한 고려아연의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고려아연 지분을 양사가 비슷하게 보유하고 있어 결별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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