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추정치를 웃돌며 또다시 3%대에 머물렀다. 미국 CPI 상승률이 4개월 연속 시장 예상치를 상회함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3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3.4%)를 상회하는 수치다.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3월 근원 CPI는 2월과 마찬가지로 전년 동기 대비 3.8% 상승했다. 이 또한 시장 예상치인 3.7%보다 높다.
주거비, 휘발유 가격 상승이 CPI 월간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주거비는 전월 대비 0.4% 오르며 2월 상승 폭을 유지했다. 휘발유 가격은 전월 대비 1.7% 뛰었다. 2월(3.8%)보다는 오름폭이 줄었으나 CPI 상승분에 크게 기여했다. 이로써 에너지 가격은 0.3% 상승, 2월(0.1%)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최근 미국 물가는 생각만큼 잡히지 않는 추이다. 미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3%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2월(3.4%)에서 올해 1월 3.1%로 내렸지만, 2월(3.2%)과 3월(3.5%) 다시 오름세를 탔다.
앞서 시장에서는 연준이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시사하며 늦어도 6월부터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겠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신규 취업자 수가 전망치를 압도하는 등 미 경제가 탄탄한 성장을 지속하면서 연준이 올해 금리인하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날 발표된 미 CPI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함에 따라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낮아졌다. 블룸버그는 지난 1월과 2월에도 시장 예상보다 높은 CPI가 나온 사실을 언급하며 "연준 정책 입안자들이 올해 3차례 금리 인하를 목표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미 국내외 전문가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 시기를 6월에서 3분기로 미루고 있다. 금리 인하 횟수도 점도표(향후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에서 제시된 3회를 밑도는 1~2회가 거론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지난 8일 6월 FOMC에서 연준이 25bp(1bp=0.01%포인트)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51.3%로 예상했다. 이는 한 달 전인 3월 8일(57.4%)와 비교해 6.1% 떨어진 수준이다.
반면 7월 첫 금리 인하 가능성은 50.3%로 한 달 전인 36.4%보다 13.9%포인트 뛰었다.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12.9%에서 34.8%로 25.2%포인트나 솟구쳤다. 사실상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은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JP모건 자산관리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6월 금리 인하의 문이 꽉 닫혔다"고 분석했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하는 7월쯤 예상되나 더 늦출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의 경우는 비용 인상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 경제 지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에 미국보다 먼저 강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태도를 보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