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 D&I 한라, 이름에 이어 브랜드도 바꿨다…환골탈태로 실적 반등 모색


CEO 체제 안착…내실 경영 성과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 '에피트' 공개

HL D&I 한라가 사명과 아파트 브랜드명, 경영 체제 등 회사 전반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고 있다. 실적 감소세에 돌파구를 찾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HL D&I 한라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장기간 영업이익 감소세를 겪고 있는 시공능력평가 30위 건설사 HL D&I 한라가 기업정체성과 경영구조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고 있다. 사명 변경에 이어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며 경영 방식에 변화를 줬다. 또 약 30년 만에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를 선보였다.

9일 HL D&I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명 '에피트(EFETE)'를 공개했다. 기존 아파트 브랜드 '비발디'를 대신할 새로운 주거 브랜드를 내세운 것이다. 비발디는 1980년 HL D&I 설립 후 1997년부터 사용해 왔던 주거 브랜드다. 27년 만의 주거 브랜드 변화다.

앞서 2022년 9월에는 38년 만에 사명을 변경했다. 당시 한라그룹이 HL로 사명을 바꾸면서 건설 계열사인 ㈜한라도 HL D&I 한라로 새출발하게 됐다. 회사 CI에는 도전과 성장의 의미가 담겼다. 정몽원 HL그룹 회장이 직접 "젊고 새로운 HL 브랜드로 시장과 소통하며 창의적인 인재들과 함께 대담하게 도약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CEO의 손에 회사의 경영 지휘봉을 완전히 넘겼다. 정몽원 HL그룹 회장은 지난해 8월 HL D&I 사내이사를 사임했다. 동시에 건설섹터장 겸 HL D&I CEO인 홍석화 사장을 수석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전문경영인의 책임 경영 체제를 강화한 것이다.

이에 올해에는 정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57억원 상당의 HL D&I 지분도 모두 지주사인 HL홀딩스에 무상 증여했다. 최고 경영자 책임 경영 체제를 지속 추진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HL홀딩스는 HL D&I 지분 38.43%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됐다. 정 회장의 HL D&I 지분은 8.08%, HL홀딩스 지분은 25.03%(최대 주주)다.

HL D&I 한라가 새로운 주거 브랜드 에피트(EFETE)를 공개했다. 사진은 에피트가 적용된 아파트 단지 조감도. /HL D&I 한라

HL D&I의 대대적인 변화는 건설업계 전반에 확산한 경영난에 돌파구를 찾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장기적인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영업이익은 4년 연속 감소 중이다. 앞서 2020년 898억원까지 올랐던 영업이익은 2021년 786억원, 2022년 526억원으로 줄었다. 이어 지난해에도 507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은 1조5720억원으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매출은 늘었지만, 매출원가가 더 큰 폭으로 불어나면서 내실을 챙기지 못했다. 회사가 한 해 매입하는 건설 원자재 중 가장 큰 비중(24%)을 차지하는 래미콘 가격이 크게 오른 탓이다. 지난해 HL D&I가 매입한 래미콘 가격(수도권 기준)은 2년 전보다 25% 뛰었다.

회사는 경영 실적이 악화하기 시작하자 내실 경영에 돌입했다. 이에 지난해에는 현금 흐름이 크게 개선되는 성과를 냈다. 영업활동 현금 흐름은 자체 개발사업장의 입주에 힘입어 305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투자활동 현금 흐름도 전년 대비 586억원 증가했다. 한국자산평가, 에어레인 등 우량 투자자산을 회수한 결과다.

다만 올해 HL D&I가 실적 개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연내 1732억원 회사채 차환과 이에 따른 이자부담이 전망되고 있어서다. 지난 2월 발행한 700억원어치의 회사채의 경우 표면이자율이 연 8.5%에 달한다.

연 8~9%대 금리는 HL D&I가 보유한 기존 회사채 금리의 최대 3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일례로 회사가 지난 2021년 발행, 오는 29일 만기가 도래하는 100억원어치 회사채는 연 4% 고정금리, 같은 해 발행해 올해 11월 만기가 도래하는 500억원 회사채는 연 3.02% 고정금리가 적용됐다. 연 3~4%대 금리의 회사채를 최대 9%대 금리의 회사채로 차환한 것이다.

긍정적인 전망도 교차한다. 신규 사업 수주를 통한 실적 개선을 예상하는 증권가의 견해도 나오고 있다. 교보증권 백광제 연구원은 "금년 실적을 저점으로 점진적인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높은 가격 경쟁력으로 공공시장 발주 확대 시 수혜가 예상된다"며 "지난해 원자재 가격 인상 등 비용 요인과 주택 시장 둔화 불구, 당초 예상치(425억원) 보다 높은 연간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신영증권 박세라 연구원은 "상반기에 경기도 이천아미 지역에 4000억원 규모의 자체 사업 착공이 계획돼 있다"며 "자체 사업 매출 비중이 높아질수록 수익성도 개선돼 전반적인 이익률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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