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카드사들의 자동차 할부 자산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카드사들이 과거에 자동차할부 시장에서 선보였던 혜택을 축소하면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카드사들은 경기회복과 금리 인하가 진행되지 않을 경우 자동차할부금융 시장 위축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자동차할부금융을 취급하고 있는 6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관련 자산은 지난해 9조6387억원으로 전년(10조6909억원) 대비 9.8% 줄었다.
그동안 자동차할부금융 자산은 2013년 이후 지속 성장해 왔다. 2013년 1조2143억원에 불과했으나 △2021년 9조7664억원 △ 2022년 10조6909억원까지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고금리 여파로 10년 만에 성장세가 꺾였다.
카드사별로는 신한카드의 자동차 할부자산이 3조52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9%(5716억원) 줄었다. KB국민카드는 2조7465억원으로 13.6% 줄었고, 우리카드 9505억원, 삼성카드 4327억원으로 각각 19.3%, 22.6% 감소했다. 반면 하나카드는 1조4264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늘었고 롯데카드는 5588억원으로 66.8% 급증했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의 영향으로 카드사들이 과거에 자동차할부 시장에서 선보였던 혜택을 축소하면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최근 카드사 자동차 할부 금리는 최대 3배 이상 올랐다. 일례로 '현대자동차 더 뉴 아반떼'를 현금구매비율 10%, 할부 기간을 60개월로 설정할 경우 전업카드사 6곳의 최저 기준 평균금리는 5.79%다. 3~4년 전 카드사들의 자동차 할부 금리가 2~3%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급증한 수치다.
문제는 카드채 조달 금리 상승으로 이자 비용이 늘면서 올해 카드사 실적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점이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어 채권을 발행해 영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 지난해 카드채 등 여신전문채권(여전채)의 신용등급 AA+ 3년물 금리는 6%대에 육박하기도 했다. 2%대 초반이었던 여전채 금리가 1년 새 3%포인트 넘게 오르면서 조달 금리도 덩달아 2배 이상 상승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여전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조달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진 데다가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구매 여력도 낮아진 상황"이라며 "경기회복과 금리 인하가 진행되지 않으면 자동차할부금융 시장 위축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는 점도 카드업계가 빠르게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이유로 꼽힌다. 카드사의 12개월 이상 장기할부와 리스는 대출로 인식돼 DSR 규제를 받지만 자동차 할부와 같이 직접 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의 카드할부는 대출로 취급되지 않아 규제를 받지 않는다. 현재 은행에서는 자동차 구매를 위해 대출을 받으면 1년간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않도록 DSR 규제가 적용된다. 캐피털은 50%가 적용된다.
다만,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 자동차 할부 결제에 규제가 필요한지 검토에 나선 만큼 한시적 이용한도 증액을 허용하는 모범규준을 손보거나 장기 카드 할부금을 DSR에 반영하는 규제 방안이 거론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할부금융 관련 DSR 규제가 카드사 할부금융 경쟁력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최근 할부금융 관련 DSR 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DSR 포함 여부가 카드사 할부금융 경쟁력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자동차 할부 등을 포함한 금융서비스 금리를 내리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선 관계자는 "상반기 중으로는 (금융서비스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지며 하반기부터 금리가 하향흐름을 보인다면 할부금융을 포함한 금융서비스의 금리도 점차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