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0배 가까이 뛰어오르는 등 '반도체의 봄이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SK하이닉스가 1분기 어떠한 성적표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4분기, 5개 분기 만에 영업적자의 늪에서 탈출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조단위 영업이익을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예년과 같이 이달 말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SK하이닉스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으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전망치)는 1조5000억원 수준이다. 1년 전 실적과 비교해 흑자로 전환하고, 전분기(3460억원)보다는 영업이익이 4배 이상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SK하이닉스가 조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것은 1년여 만이다.
SK하이닉스를 향한 시장의 기대감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앞서 삼성전자가 호실적을 기록하며 반도체 업황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을 재차 확인시켜 줬기 때문이다.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6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1.25%나 급증했다. 사업 부문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증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7000억~1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022년 4분기(2700억원) 이후 5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초호황기인 수퍼사이클이 다시 시작됐다고 예단하긴 이르다는 평가다. 그러나 기나긴 불황 터널을 뚫고 '반도체의 봄'이 다시 찾아왔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장인 경계현 DS부문장(사장)도 지난달 20일 정기 주주총회(주총)를 통해 "올해는 (실적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본격 회복을 알리는 재도약과 DS의 미래 반세기를 개막하는 성장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이미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실적 회복의 가능성을 보였다. 당시 SK하이닉스는 마찬가지로 "제품 수요가 늘고,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하는 등 메모리 시장 환경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실적 눈높이를 상향 조정하는 증권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기존 1조3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한 후 지금은 1조원대를 넘어 2조원대까지 거론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9800억원으로 제시, 기존 전망치를 30% 이상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KB증권은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을 2조1000억원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도 기존 9조원대에서 13조원대까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깜짝 실적을 발표한 것처럼 반도체 수요가 예상 이상으로 강해 SK하이닉스 추정치도 상향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더욱 긍정적인 대목은 AI 반도체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의 견고한 지위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는 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분기부터 HBM 매출이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의 HBM 리더십은 계속 유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대신증권은 "SK하이닉스가 올해도 HBM 선두 주자로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것"이라며 "HBM 공급 경쟁이 시작되는 2025년에도 점유율 유지가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시장 대응 및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지속 내비치고 있다. 회사는 AI 반도체 공급망 활성화에 앞장서겠다는 전략 아래 미국 인디애나주에 HBM 생산기지를 짓는 등 최근 5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주총에서 "올해는 전체 D램 판매량 중 HBM 판매 비트 수가 두 자릿수 퍼센트로 올라와 수익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확실하진 않지만, 내년에도 HBM 수급은 타이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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