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세계적인 전기자동차(EV) 기업 테슬라가 중형 전동화 세단 '모델 3 하이랜드'의 가격을 인하해 출시하면서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 전기차 보조금을 100% 지원받으며 판매량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아이오닉 5와 EV6의 상품성 개선, 보급형 전동화 모델 출시를 통해 점유율을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중형 전동화 세단 '모델 3 하이랜드'를 국내에 출시,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 바뀌는 국내 전기차 보조금 조건 충족을 위해 북미 판매 가격 대비 약 800만원 낮게 가격을 책정했다.
신형 모델 3 가격은 RWD 5199만원, 롱레인지 5999만원으로 지난해 단종된 구형 모델이 각각 6034만원, 6895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현저히 가격을 낮췄다. 미국에서 생산되던 구형 모델과 달리 생산·물류 비용이 낮은 중국 기가팩토리에서 제조된 것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국내 전기차 보조금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모델 3 RWD의 경우 보조금 전액 지급 기준(5500만원) 미만으로 가격이 설정돼 100% 보조금 지급이 유력하다. 롱레인지는 50%가 전망된다.
테슬라는 100%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모델Y'도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모델Y는 지난 3월 한 달간 국내에서 5935대 팔리는 돌풍을 일으키며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했다. 2위 BMW 520(1553대) 대비 약 4배 많은 판매량이다.
올해 모델Y RWD는 국고보조금 195만원, 서울 기준 지자체 보조금 45만원 등 총 240만원을 받아 지난해(649만원)보다 400만원 정도 줄었음에도 우수한 판매 실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가진 브랜드 이미지가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등장과 함께 전기차의 기준을 제시한 '자동차계의 아이폰' 같은 존재"라며 "얼리어답터를 비롯한 매니아들의 시장이 형성되면서 긍정 평가가 이어진 가운데 가격까지 내리면 판매량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 공세에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경쟁 차종 상품성 개선, 보급형 모델 확대 등을 통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아이오닉 5 부분변경 모델 '더 뉴 아이오닉 5'를 출시했으며, 기아는 연내 EV6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더 뉴 아이오닉 5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진 배터리를 적용해 77.4kWh에서 84.0kWh로 용량을 늘렸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도 458km에서 485km로 27km 증가했다. 여기에 새롭게 디자인한 범퍼 스키드 플레이트 적용, 리어 스포일러 길이 연장, 뒷 유리 리어 와이퍼 탑재 등의 변화를 주었다.
아울러 현대차에서는 경형 전동화 모델 캐스퍼 EV, 기아는 소형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3와 준중형 SUV EV4 등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캐스퍼 EV의 경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하면서도 경형 모델이라 전기차 보조금을 최대치로 받을 수 있다. EV3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탑재하고 3만5000달러(약 4700만원)의 가격이 책정돼 보조금 100% 지급이 유력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상품성도 테슬라 못지 않게 높은 데다, 서비스센터 규모와 보조금 혜택 등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면서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보급형 모델이 늘어난다면 현기차의 점유율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차등록대수(40만1322대) 중 현대차·기아는 58.5%(23만4597대)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테슬라의 신차등록대수는 6200대(1.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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