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최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DL이앤씨가 대규모 인적쇄신에 나섰다. 지난 2021년 DL이앤씨 출범과 함께 회사를 이끌었던 마창민 대표이사가 사임을 의사를 밝히면서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했다.
DL이앤씨의 경영 지휘봉은 LG전자의 신사업을 주도한 서영재 대표이사 후보자에게 넘겨질 전망이다. 올해 영업이익을 두 배 이상 불리겠다는 회사의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해선 신사업 안착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주택 사업 비중을 낮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4일 DL이앤씨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 서영재 전 LG전자 BS사업본부 IT사업부장(전무)을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했다고 공시했다. 서 대표이사 후보자는 오는 5월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의 승인 절차를 거쳐 정식 임기가 시작된다.
DL이앤씨는 마창민 전 대표가 사임을 표하면서 새로운 수장을 맞게 됐다. 마 전 대표는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재선임됐다. 그러나 최근 회사에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옷을 벗었다. 지난 2021년 취임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마 전 대표는 최근 단행된 대규모 임원 물갈이와 함께 사표를 냈다. DL이앤씨는 지난달 31일 박경렬 최고재무관리자(CFO)를 포함해 총 17명의 임원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는 전체 임원 57명의 약 30%에 해당한다. 특히 주택과 토목 사업 분야의 임원 교체가 10명 이상을 차지해 주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DL이앤씨는 장기간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주택 사업을 주요 먹거리로 삼고 있는데 건설 원가가 오르면서 회사의 경영 전반에 위기가 번졌다. 마 전 대표가 경영 지휘봉을 잡은 지난 3년간 회사의 영업이익은 △ 2021년 6797억원 △ 2022년 4025억원 △ 2023년 2218억원으로 매년 감소했다.
이에 더해 지난해엔 중대재해가 잇따라 발생하며 업계 최다 사망자를 냈다. DL이앤씨가 시공하는 현장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래 지난해까지 총 7번의 사고로 8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같은 기간 DL건설에서 2명, DL모터스에서 1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이는 해당 기간 건설업계 최다 수준이다.
급기야 지난해 12월 이해욱 회장이 국회 청문회에 소환되기까지 했다. 이번 인적 쇄신은 사면초가의 경영 상황에 반전을 모색하기 위한 이 회장의 결단으로 풀이된다.
차기 수장으로 내정된 서 대표이사 후보자는 LG전자에서 신사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건설업에 발을 들인 것은 처음이지만 기획과 재무 등을 아우른 경영 분야 전반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1년 LG전자에 입사해 헬스케어, 홈피트니스 등 신사업 개발을 이끌었고, DL이앤씨 영입 직전까지 정보기술(IT) 제품을 담당하는 BS(비즈니스솔루션)사업본부 IT사업부장을 맡았다.
서 대표이사 후보자는 DL이앤씨의 신사업 안착을 주요 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는 올해 실적 목표로 매출 8조9000억원, 영업이익 5200억원, 수주액 11조6000억원을 제시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영업이익을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불려야 한다.
DL이앤씨는 플랜트사업 부문에서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소형모듈원전(SMR), 수소·암모니아 사업 등이다. 신사업 확대로 지난해 플랜트사업 부문의 매출 비중이 약 20%로 높아졌지만, 주택 사업 비중이 60%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주택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분산시키는 전략을 취할 전망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인적분할 4년 차를 맞아 과감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주택과 토목 등 건설 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신사업, 비주택 분야 등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서 후보자가 건설 환경의 변화에 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DL이앤씨가 퀀텀 점프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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