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차 에너지 효율 등급제를 전면 시행했다. 소비자가 효율을 쉽게 비교하고 제조사는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게 하려는 목적이다. 국고 보조금 제도와 연계하는 등 효과가 극대화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 1일부터 전기차 에너지 효율 등급제를 전면 시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부터 신규 전기차 모델에만 5단계 등급 라벨을 부착했다. 이달부터 국내 신고된 시판 중인 모든 전기차 278개 모델에 등급 라벨이 부착됐다.
전기차 에너지 효율 등급제는 5단계로 나뉜다. 1등급은 1kWh당 5.8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제품이다. 2등급은 5.7~5.0/kWh, 3등급은 4.9~4.2km/kWh, 4등급은 4.1~3.4km/kWh, 5등급은 3.3km/kWh 이하다.
1등급은 현대자동차 아이오닉6와 테슬라 모델3 등 6개 모델이 해당한다. 2등급은 현대차 코나EV 등 54개 모델이다. 3등급은 현대차 아이오닉5 등 73개 모델이다. 4등급은 메르세데스 벤츠 EQA 등 83개 모델이다. 5등급은 벤츠 EQC 등 62개 모델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연평균 주행 거리 1만3323km와 완속 충전요금 364.5원/kWh 등을 적용할 때 1등급 아이오닉6 연간 충전요금 약 78만원으로, 5등급 전기차 충전요금 약 162만원과 비교하면 약 84만원 작다.
전문가들은 보조금 의존도 및 인프라 구축 등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전비 등급제가 의미 있다고 평가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동일한 거리를 주행할 때 효율을 따질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충전 인프라 구축 등으로 세금이 계속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도를 시행한다고 해도 영하 강추위 속 배터리 방전 등 근본적으로 직면한 전기차 문제는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에어컨·히터를 많이 사용하는 여름 및 겨울철과 봄 및 가을을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겨울이 되면 평소보다 주행 거리가 급격히 단축되기도 한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오랜 검토 끝에 전기차 시장이 점점 활성화하면서 전비 효율제가 생겼지만, 계절별 전력 소모가 다르고 겨울철에는 방전되는 등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라며 "결국 배터리업체에서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할 영역"이라고 봤다.
등급을 넘어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보조금 제도나 세금 제도 등과 연계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환경부 보조금 기준에 '배터리효율계수'가 적용돼 차등 지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비 등급과 보조금이 연계되면 제조사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현재 전기차 산업부 에너지 효율 등급제와 환경부 보조금 지급은 별개로 진행되는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로서 전기차 에너지 효율에 따라 매긴 등급"이라며 "당장 (보조금과는) 관련이 있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기주의를 벗어나 전기차 소관 부처인 산업부와 국토교통부, 환경부가 협력해 제조사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영석 원주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겸임교수는 "각 부처가 정책을 진행하며 서로 활용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무총리실 등 중앙기관에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전기차 및 배터리와 관련한 정책 마련 및 제도 개선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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