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오너 3·4세 이사회 무혈 입성…리더십 본격 시험대


롯데·코오롱·GS 오너가 젊은 기업인, 속속 이사회 합류

신유열 롯데지주 전무는 지난달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신유열 전무가 롯데그룹 계열사 등기임원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주요 그룹 오너 3·4세들이 별다른 잡음 없이 이사회에 무혈 입성했다. 그간 기업들이 강조한 책임 경영의 범위가 오너가 젊은 기업인까지 확대된 것이다. 회사 등기이사에 등재되면 주요 경영 사안을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경영 활동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이들의 공통 과제는 경영자로서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경영권을 물려받아야 하는데, 이사회에 합류한 만큼 승계 기반 마련에 본격 시동을 걸 전망이다. 재계는 시험대에 오른 오너가 젊은 기업인들이 이미 기틀이 잡힌 기존 주력 사업이 아닌 신사업 영역에서 자신만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이전보다 경영 보폭을 한층 넓힐 것으로 보고 있다.

◆ 이사회 첫 입성한 '롯데 3세' 신유열 전무…신사업 육성 중책 맡아

1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된 오너 3·4세로는 대표적으로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전략실장(전무),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허윤홍 GS건설 사장이 거론되고 있다. 시작을 알린 인물은 신유열 전무로, 지난달 롯데바이오로직스 이사회를 거쳐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신유열 전무가 롯데그룹 계열사에서 등기임원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롯데 오너일가 3세인 신유열 전무는 유력 후계자로서 활동을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86년생인 그는 노무라증권 싱가포르 지점과 일본 롯데를 거쳐 지난 2022년 말 롯데케미칼 기초 소재 부문 상무로 합류하며 경영 수업을 본격화했다. 이후 신동빈 회장의 현장 경영에 동행하고, 그룹 사장단 회의(VCM)에 참석하는 등 존재감을 차츰 키우고 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미래전략실장으로 낙점된 것이 그룹 후계자임을 대내외적으로 공식화하는 결정적인 사건이다. 지주사 차원에서 여러 사업에 두루 관여하는 동시에 그룹의 장기 비전과 신성장 동력 발굴, 신사업 확대 등의 중책을 맡게 됐다. 신유열 전무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도 겸하고 있는데, 이번에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 사업을 책임지게 됐다.

신유열 전무의 과제는 지주사 미래전략실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을 이끌며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다. 몇몇 신사업을 계획한 만큼의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내부 신뢰를 쌓아야 한다. 재계 안팎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이루기 위해 신유열 전무가 자신의 이름을 건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왼쪽)과 허윤홍 GS건설 사장은 최근 회사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코오롱, GS건설

◆ '코오롱 4세' 이규호, 지주사·주력 계열사 등 4곳서 사내이사 등재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코오롱 4세'인 이규호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코오롱 주총을 통해 첫 지주사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다. 또 같은 날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글로벌 주총에서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기존에 사내이사로 등재된 코오롱모빌리티에 이어 지주사와 주력 계열사 2곳의 사내이사로 추가 선임되면서 '4세 경영'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984년생인 이규호 부회장은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에 차장으로 입사해 현장 경험을 쌓았고, 코오롱글로벌(건설) 부장,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코오롱 전략기획 담당 상무 등을 지냈다. 이후 자동차 유통 부문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출범시키는 등 오랜 기간 그룹 내에서 주요 사업 부문을 두루 경험했다. 특히 2020년 말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곧바로 사장 자리에 올랐고, 다시 1년 만인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등 최근 몇 년간 차기 총수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2018년 이웅열 명예회장이 물러난 이후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운영된 지주사 이사회에 합류한 것은 오너 경영 체제 아래 이규호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찬가지로 이규호 부회장의 향후 과제 역시 신사업 영역에서 리더십을 입증하는 것이다. 앞서 이웅열 명예회장은 은퇴 선언 당시 "(이규호 부회장이)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을 1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이규호 부회장은 그룹 총수 자리에 한 발 더 다가갔지만, 정작 코오롱 지분이 없는 상태다.

◆ 'GS 4세' 허윤홍 사장, GS건설 사내이사 선임…차기 대권 놓고 경쟁

GS 오너일가 4세인 허윤홍 사장은 지난달 29일 GS건설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로써 45세의 나이에 회사 CEO로서 법적 지위를 얻게 됐다. GS그룹을 이끌다 현재 GS건설로 자리를 옮긴 허창수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사장은 앞서 미래혁신대표를 맡아 신사업 발굴을 주도했고,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말 CEO로 취임했다. 허윤홍 사장이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서홍 GS 부사장 등과 함께 GS그룹 차기 총수 후보로 지속 거론되고 있는 만큼, 향후 행보에 큰 관심이 쏠린다.

이 밖에 홍석조 BGF그룹 회장의 장남 홍정국 BGF 대표이사 부회장이 최근 BGF리테일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지난해 인사에서 승진한 홍정국 부회장이 주력 계열사인 BGF리테일 이사진에 포함되면서 그룹 내 역할이 확대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사진에 합류한 오너가 젊은 기업인들은 경영 승계가 본격화되는 시점까지 리더십 강화, 사업적 성과 창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 특정 사업과 자신을 결부시키기 위해 주요 행보를 대외적으로 알리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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