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코오롱가(家) 4세인 이규호 부회장이 지주사와 주력 계열사의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차기 경영권 승계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이규호 부회장의 향후 과제는 경영 능력 입증과 지분 확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그룹 지주사 ㈜코오롱은 28일 경기도 과천시 코오롱타워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69기 정기 주주총회(주총)에서 이규호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 건을 포함한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코오롱은 5년 만에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됐다. 코오롱은 지난 2018년 이웅열 명예회장이 회장직을 내려놓은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 왔다.
이와 함께 이날 함께 진행된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글로벌 주총에서도 이규호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이규호 부회장이 기존 코오롱모빌리티에 이어 지주사, 주력 계열사 이사진에 합류하며 그룹 경영의 출발을 알린 셈이다.
회사 등기이사에 등재되면 주요 경영 사안을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경영 활동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이번 이규호 부회장의 사내이사진 합류는 오너 중심의 책임 경영 강화를 통한 미래 사업 준비에 시동을 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큰 그림은 책임 경영을 강화해 후계 승계 구도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앞서 코오롱그룹은 이규호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 건에 대해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효율적 의사결정 구조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84년생인 이규호 부회장은 지난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에 차장으로 입사해 현장 경험을 쌓았고, 이후 코오롱글로벌(건설) 부장,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코오롱 전략기획 담당 상무 등 그룹 내에서 주요 사업 부문을 두루 경험했다. 자동차 유통 부문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지난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출범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재계는 이규호 부회장이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경영 승계를 위한 허들을 빠르게 넘으며 이미 차기 총수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규호 부회장은 2020년 말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곧바로 사장 자리에 올랐고, 다시 1년 만인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사업적으로는 경영자로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출범시킨 이후 1년 만에 지주사로 자리를 옮겨 전략부문 대표이사직을 맡게 됐다. 이번에 지주사·계열사 사내이사진 합류까지 이어지며 경영권 승계 준비 작업이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기업인이 승진 가도를 달려 이사회까지 입성하는 것은 회사 지배력을 키우려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밝혔다.
이규호 부회장의 향후 과제로는 '경영 능력 입증'이 꼽힌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출범 첫해 매출 2조4030억원을 달성하는 등 지금까지 좋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지만, 공을 들이고 있는 신사업 부문에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면 리더십과 지배력 강화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규호 부회장은 최근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는데, 이는 지주사 경영과 그룹 미래 전략 수립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지분 확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규호 부회장은 그룹 총수 자리에 다가가고 있지만, 코오롱 보유 지분이 없는 상태다. 아버지 이웅열 명예회장은 ㈜코오롱 지분 51.64%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지분 승계 시점과 방식, 상속세 납부를 위해 자금 마련 방안 등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결국, 이규호 부회장의 향후 경영 성과에 따라 이러한 지분 승계 움직임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웅열 명예회장은 은퇴 선언 당시 "(이규호 부회장이)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을 1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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