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건설기계…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뜻밖에 '난관'


국제엠네스티 등 "가옥 파괴에 굴착기 사용" vs 사측 "판매 안 해, 중고장비로 추정"

HD현대건설기계는 최근 아프리카 수단에서 34톤 대형 굴착기 6대와 22톤 중형 굴착기 36대를 포함한 총 60대 건설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HD현대건설기계 40톤급 굴착기. /HD현대건설기계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HD현대 건설기계부문 계열사 HD현대건설기계가 신흥 시장을 확보하며 순항하던 중 암초를 만났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회사 제품 굴착기가 팔레스타인 가옥 파괴에 사용됐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사측은 조사 결과 판매 기록이 없다는 입장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건설기계는 최근 아프리카 수단에서 34톤 대형 굴착기 6대와 22톤 중형 굴착기 36대를 포함한 총 60대 건설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수단 내전 여파로 중단됐던 무역이 재개되면서 시장을 선점한 성과다.

아프리카 시장 판매는 지난 2021년 약 500대에서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지난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가 올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계약 등을 반영하면 올해 1분기 아프리카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50%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건설장비 업계 특성상 내수보다 수출이 중요하다. HD현대건설기계는 국내와 해외 시장 비중이 2대 8 정도다. 이에 올해도 신흥 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체제 이후 HD현대건설기계는 그룹 내 입지가 단단해지고 있다.

앞서 지난 2021년 8월 HD현대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사 현대제뉴인은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했다. 이후 사명을 HD현대사이트솔루션으로 바꾸고 계열사로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로 두며 3사 체제로 전환했다.

해외 시장 중요성을 인식한 HD현대는 지난해 1월 디벨론 브랜드를 론칭해 공략에 나섰다. 올해 새해 첫날에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디벨론 브랜드 홍보 영상을 송출하며 기업간거래(B2B)를 넘어 일반 소비자에 직접 다가서는 전략을 펼쳤다.

HD현대건설기계는 코로나19 시기 다소 어려움이 있었으나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며 상승세에 올랐다.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전년 대비 8.8% 증가한 매출 3조825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0.8% 증가한 2572억원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의 건설장비 브랜드 디벨론 홍보 영상의 일부. /HD현대인프라코어 누리집 캡처

올해 초 아프리카에서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는 HD현대건설기계가 암초를 만난 모양새다. 북미·유럽·중남미 매출 비중을 늘리고 중국·인도·브라질 법인 수출을 확대하며 신흥 시장을 확보하려던 전략에 흠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앞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 마사페르 야타에서 HD현대 굴착기가 가옥 파괴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지난 28일 HD현대 주주총회에 전 경기 성남 글로벌R&D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같은 주장을 하며, 전수조사 세부내역 공개를 요구했다. 단체들은 마사페르 야타에 약 1150명 팔레스타인인이 강제 이주 위험에 처해있었으며 15명이 집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제품이 인권 침해에 사용되지 않도록 하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인권 실사 절차를 개선하고 국제인도법 및 국제인권기준에 준하는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 때까지 이스라엘 중개업체 에프코(EFCO)와 사업관계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HD현대건설기계가 국내에서 제품을 판매할 때는 본사에서 대리점을 거쳐 실수요자에 넘어가는 간접매매 계약 형태를 취한다. 해외의 경우 본사에서 딜러를 통해 판매된다. 해외법인을 거쳐 딜러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사측은 항의 방문 이전 전수조사를 마쳤다고 강조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지난해 3월 이스라엘 지역 딜러사 판매자료를 전수조사를 벌였으며 이스라엘 철거 업무 등 정부 기관에 판매한 자료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민간 또는 공공시설 공사에 제품이 쓰이고 있으나 주택 철거 현장에 쓰인 장비는 없다는 설명이다.

HD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지난해 3월 국제앰네스티 측 항의 방문 전 해당 지역 딜러사 자료를 전수조사를 완료했고 판매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장비 계약 시 컴플라이언스 규정을 명기해 불법적인 판매는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bell@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