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사, '부산항 패싱' 우려…HMM 수익성에도 영향


머스크·하팍로이드 해운동맹 '제미니' 부산항 허부항서 제외
정시성 하락 시 화주 외면 가능성…HMM "올해는 영향 없다"

글로벌 해운동맹 제미니 협력(Gemini Cooperation)이 부산항을 허브항에서 제외한다는 계획을 밝혀 국내 해운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부산항 신항 전경. /부산항만공사

[더팩트 | 김태환 기자] 글로벌 선사인 머스크(세계 선복량 2위)와 하팍로이드(5위)가 결성하는 해운동맹 '제미니 협력(Gemini Cooperation)'이 유럽~아시아 항로에서 부산항을 허브항에서 제외한다는 계획을 밝혀 국내 해운업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부산항이 허브항의 지위에서 내려가면 글로벌 해운사들의 방문이 줄고 화물 운임이 상승해, 국내 해운사 고객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HMM은 당장 올해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새로운 해운동맹 구성과 더불어 화물 정시성을 높이는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내년 2월 출범하는 세계 2위 해운사 머스크와 5위 하팍로이드가 손잡은 해운동맹 제미니 협력이 유럽~아시아 항로에서 한국 부산항과 일본, 베트남, 대만 등을 기항지에서 제외한다는 계획안을 제시했다.

제미니 협력은 기존의 항구들을 통폐합해 19개 주요 항구(기항지)와 4개의 환적 허브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환적 허브는 중국 상하이항과 닝보항, 싱가포르항, 말레이시아 펠레파스항 등으로, 이 네트워크에 71척의 대형 컨테이너선을 배치해 7개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계획이 시행되면 부산항은 피더항(셔틀 서비스 항구)으로 등급이 한 단계 낮아져, 제미니 협력 선박이 아시아~유럽 노선에서 부산항에 직접 들어오지 않게 된다.

제미니 협력의 이같은 계획은 화물에 제시간에 도착하는 '정시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수출입 물류 플랫폼인 트레드링스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글로벌 해운사 정시성 평균은 전월 대비 5.1%포인트 하락한 51.6%로, 2022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홍해 사태 등으로 노선을 우회 선박들이 늘어나 선박 도착 시간이 지연된 까닭이다.

HMM이 새로운 해운동맹을 가입·결성하는 등의 정시성 향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2만4000TEU급 HMM 함부르크호. /HMM

글로벌 상위 13개 컨테이너 선사 중 가장 정시성이 높은 선사는 54.7%를 기록한 CMA CGM이며, 한국 HMM은 45%를 밑돌아 대만의 양밍해운과 함께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제미니 협력의 계획이 실현될 경우 HMM의 수익성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운송 단계를 한 단계 더 거치게 돼 비용이 늘고 화물 운송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출입 기업(화주)들의 입장에서는 외국적 선사가 부산항을 떠나게 되면 결국 운임이 상승하게 되는 효과가 나타난다"면서 "HMM의 경우 하팍로이드와 함께 '디 얼라이언스'로 해운동맹을 맺어오며 저렴한 운임과 정시성을 확보해 왔는데, 내년 디 얼라이언스가 해체되고 부산항이 허브항에서 제외되면 결국 운임 상승과 정시성 하락으로 경쟁력이 약화된다"고 설명했다.

HMM 입장에서는 부산항을 허브항으로 유지하는 새로운 해운동맹에 가입하거나, 결성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전준우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HMM의 경우 정시성에서 취약하고, 이로 인해 글로벌 선사들과 비교해 장기계약비율이 낮아 화주들 사이에서 신뢰성이 높지 않다"면서 "HMM이 해운동맹이 개편되는 시장환경에서 새로운 동맹을 맺는 등 정시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마케팅을 강화해 장기계약 화주를 늘리고 신뢰성을 쌓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HMM 관계자는 "HMM의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는 올해까지 유지되기에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내년 해운동맹 재편과 관련해 대책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