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문정 기자] 정신아 카카오 대표 체제가 본격 개막했다. 회사를 둘러싼 다양한 사법리스크와 기술 경쟁 속에 단독 대표직을 맡은 정 대표는 회사 안팎의 정상화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28일 IT업계에 따르면,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제주도 제주시 스페이스닷원에서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정신아 체제가 본격 개막하면서 카카오의 쇄신 작업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 대표는 지난해 12월 카카오 차기 대표로 발탁됐다. 이후 내정자 신분으로 직원과의 소통을 비롯해 회사 변화의 판을 짰다.
정 대표는 올해부터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함께 그룹 내 컨트롤타워 조직인 CA협의체 공동 의장을 맡았다. 지난해부터 권한이 크게 확대된 CA협의체는 카카오 그룹이 그동안의 자율경영 체제에서 벗어나 중앙집권적인 경영 체제를 갖추는 것이 목표다.
정신아호가 직면한 과제는 사회의 신뢰 회복과 인공지능(AI) 시대의 경쟁력 확보가 꼽힌다.
카카오 그룹은 지난해 글로벌·콘텐츠 영역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김범수 창업자와 배재현 전 총괄대표 등이 '시세조종'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주요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도 각각 분식회계와 배임 등의 안건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 역시 현재의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2022년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김범수 창업자 역시 지난해 연말 사실상 경영에 복귀했다. 그는 그룹 전체에 강도높은 쇄신을 요구하며, 이를 따르지 않을 시 창업자이자 대주주로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회전문 인사'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달 차기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내정한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CTO가 상장 직후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대량 매도하며 '먹튀'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자회사 인사까지 확장해보면, 금융감독원에서 해임을 권고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지난 27일 주총에서 대표로 재선임됐다. 역시 '먹튀논란'을 일으킨 적 있는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역시 연임에 성공했다.
카카오 노조 관계자는 "카카오의 위기는 사법리스크와 도덕리스크가 결합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모든 영역에서 쇄신을 외치지만, 구체적인 변화는 체감되지 않는다"며 "진정한 경영 쇄신을 통해 대내외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인사검증 시스템과 임원관련 규정 공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카카오 그룹의 윤리 경영을 살펴보는 외부 조직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도 인사 관련 권고를 제시했다. 준신위는 이번달 회의를 통해 주요 경영진의 평판 리스크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라고 주문했다.
안팎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회전문 인사' 해결 방안 제시가 신임 대표로서 정 대표의 능력을 시험하는 첫 관문이 될 것으로 추측된다.
기술 리더십 확보 역시 시급한 과제다. 카카오는 올해 자체 초거대 AI 모델인 '코GPT 2.0'을 카카오톡 등 회사의 다양한 서비스에 결합해 AI 시대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정 대표는 올해 AI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조직을 이끌 인사로는 이상호 전 SK텔레콤 CTO를 최고AI책임자(CAIO)로 영입했다. 이 CAIO는 SK텔레콤 재직 당시 AI 스피커 '누구'와 AI 개인비서 '에이닷' 서비스를 주도한 만큼, AI 기술 및 서비스 개발 전반을 이끌 예정이다.
한편, 이날 카카오는 주총에서 정 대표 선임 외에도 △이사 선임의 건(정신아·권대열·조석영 사내이사, 차경진·함춘승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주식선택매수 부여 등 8개의 의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임기를 마친 홍은택 대표는 "정신아 대표가 성장 기조를 더욱 확고히 이어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미래지향적인 혁신도 이뤄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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