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국내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폴란드·헝가리 등 동유럽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나선 은행권은 동유럽 진출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25일 폴란드 페카오은행과 코리아데스크 설치 계약을 체결했다. 페카오은행은 폴란드 현지 2위(자산기준) 은행으로, IB, 기업금융, 무역금융에 강점을 갖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번 코리아데스크 설치로 동유럽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폴란드 내 CIB 분야, 무역금융 분야에서도 업무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동유럽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KB국민은행뿐만이 아니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2008년 체코 오스트라바에 선제적으로 사무소를 설치했으며, 지난 21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도 사무소를 개소했다. 하나은행은 부다페스트 사무소를 통해 현지 진출 국내 기업의 금융 수요에 맞춘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연계할 예정이다. 아울러 하나은행은 폴란드에도 신규 채널 개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신한은행은 지난 2014년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우리은행은 2017년 폴란드 카토비체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했다. 두 도시 모두 폴란드의 주요 공업도시로 여러 국내 기업이 진출해 있는 곳이다.
이처럼 국내 은행들이 동유럽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것은 동유럽 국가와 한국과의 경제 교류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외 기업들이 동유럽 시장으로 몰리면서, 이들 기업의 금융 수요를 잡겠다는 것이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이차전지 업체와 협력업체, 현대자동차·기아 등 자동차 업체와 협력업체 등이 폴란드·헝가리·체코 등에서 공장 및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후 복구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동유럽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2022년 전후 복구 사업에 약 7500억달러(약 990조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여기에 그동안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꾀해왔지만, 글로벌 고금리, 중국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동남아에서 실적이 여의치 않자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눈을 돌린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헝가리 등 현지 진출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라며 "국내 기업들이 큰 규모로 진출해 있고, 또한 지정학적 가치가 높다.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시 성장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