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때문에 고통스럽다"…최수연 대표, 주주들 질책에 '진땀'


26일 정기 주주총회 개최…6개 의안 모두 가결
부진한 주가에 주주들 원성…최수연 대표 "새겨듣겠다"

네이버 주주들이 26일 제25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치고 주총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최문정 기자

[더팩트|최문정 기자] "개인 투자자로서, 요즘 네이버 주가 때문에 고통스럽다. 현재 네이버는 혁신이 필요한데, 자화자찬만 하고 있다. 네이버의 혁신은 죽었다."

취임 3년 차에 돌입한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주주들의 날 선 질문에 진땀을 뺐다. 네이버 정기 주주총회 현장을 찾은 주주들은 경영진들에게 주가 부양 방안을 비롯해 인공지능(AI)과 이커머스 등 회사 주요 사업에 대한 경쟁력 확보 방안, 주요 자회사 상장 시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등에 대해 답변을 요구했다.

네이버는 2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제2사옥 '1784'에서 제2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총 의안 표결이 끝난 뒤, 주주들의 질의에 직접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 주총에서 경영진과 주주와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날 네이버는 약 40분에 걸쳐 총 10명의 주주들의 질의를 받았다.

이날 주주들은 최 대표 취임 후 줄곧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주가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질문 기회를 받았던 10명의 주주 중 4명이 주가와 관련된 언급을 할 정도였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26일 제2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의 성장동력을 향한 주주들의 불만에 답변했다. /네이버

한 소액주주는 발언권을 얻어 "개인 투자자로서 네이버의 주가 때문에 고통스럽다. 네이버는 현재 혁신이 필요한데, 자화자찬만을 하고 있다"며 "과거 네이버는 '지식인'이라는 혁신으로 성장했는데, 지금은 그러한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최 대표가 과거 기자회견에서 유튜브와의 경쟁에 대해 '네이버가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며 "이는 회사로서 제대로 (플랫폼 사업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주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네이버와 엔비디아에 비슷한 비중으로 투자를 했다"며 "엔비디아는 최근 수익률 500%를 달성했지만, 네이버는 수익률이 마이너스다.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이 주주의 발언에 여러 주주들도 공감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2022년 3월 최 대표 취임 당시 30만원대였던 네이버의 주가는 26일 오후 기준 18만92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주가 부진이 이어지며 네이버의 전체 주주 숫자도 줄었다. 지난해 네이버 주식 보유 주주는 95만4157명으로, 전년 대비 약 10만명 줄었다.

최 대표는 "부진한 회사의 주가 때문에 주주들의 실망이 크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고,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특히 '혁신이 죽은 것 같다'는 지적은 대표이사인 제게 주시는 말씀으로 새겨듣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네이버는 유튜브 초기 시절 전략적 고민하에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동영상 서비스 대신 커머스에 집중하는 선택을 했다"며 "그것이 네이버가 집중하는 검색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숏폼 플랫폼 '클립'과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을 중심으로 사활을 걸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2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제2사옥 1784에서 제2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최문정 기자

앞으로 네이버의 미래를 이끌어갈 AI 기술 우위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한 주주는 "네이버 주주이자 이용자로서 생성형 AI 기반의 '클로바X' 서비스를 사용해봤다"며 "간단하게 지역의 날씨를 물었는데, 답변을 못했다"며 "과거에는 네이버가 검색 1위였지만, 지금은 오픈AI의 '챗GPT'가 1위라고 생각한다. 네이버의 AI 전략이 궁금하다"고 물었다.

최 대표는 "챗GPT 등장 이후에 AI가 결합된 검색엔진과 사업모델 변화에 대해 전 직원이 고민하고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며 "말씀주신 대로 클로바X는 최신 정보가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이는 생성형 AI 기반의 대화형 서비스의 공동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네이버의 AI는 학습된 지식을 내에서 가장 최신의 정보를 제공하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 특히 AI 모델이 가진 '환각(할루시네이션·AI가 사실과 구별하기 어려운 그럴듯한 거짓 정보를 생성하는 현상)' 문제를 완벽히 해결한 서비스가 없는 만큼, 네이버도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가 붙는 만큼, 네이버의 핵심 사업에도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시됐다. 올해 네이버웹툰이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을 준비하는 만큼, 추가적인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최 대표는 "네이버의 데이터와 소상공인(SME)들의 거래량을 보고 있다.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네이버의 핵심 사업인 광고는 오히려 알리, 테무와 협력 중이다. 직구 등의 부문에서 해외 파트너와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전략적인 소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는 모든 자회사가 분할해 상장하는 모델은 원칙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상장은 회사가 성장하면서 자금조달이 필요하거나, 혹은 성장의 한 단계에 있어서의 전략적인 수단일 뿐, 목표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네이버의 철학"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남선 CFO도 "자회사가 외부 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반드시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네이버웹툰은 전체 연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최근까지 적자였기 때문에 오히려 주가에 마이너스 효과였다"고 짚었다.

이어 "네이버웹툰을 미국 시장에 상장하며 브랜딩 효과와 인지도, 할리우드 제작사와의 협력 등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모기업 네이버의 주주가치 제고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주주들을 달랬다.

한편, 네이버는 이번 주총에서 △제25기(2023년)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부의된 안건 6건을 모두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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