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지난해 건설업계의 실적 희비가 주택사업 매출 비중에서 갈렸다. 건설 원가 상승으로 주택사업 수익성이 현저히 악화했다. 주택사업의 매출 비중이 큰 건설사들은 전체 매출액 확대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감소했다. 주택 건설의 수익성 감소가 장기화할 경우 향후 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사업의 건설 원가가 오르면서 주요 상장사들이 실적 부진을 겪었다. 주택 건설에 주원료인 레미콘과 철근 가격이 오르면서 주택사업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높은 업체들이 내실을 챙기지 못했다.
주택사업 부문 매출 비중이 전체의 63.5%에 달하는 DL이앤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전년 4027억원에서 지난해 2218억원으로 45% 줄어든 영업이익을 나타냈다. 매출은 5조1681억원으로 2% 감소에 그치며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DL이앤씨의 영업이익 급감은 원재료 가격 상승세 탓으로 풀이된다. 회사가 매입한 레미콘, 시멘트, 철근의 가격은 각각 2년 전보다 27.3%, 38.9%, 12.8% 뛰었다. 레미콘과 철근은 DL이앤씨가 연간 매입하는 원재료의 24%, 21%를 차지하는 주요 건설자재다.
주택건설 사업의 매출 비중이 과반을 차지하는 GS건설과 대우건설의 상황도 유사하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국내 주택건설 매출 비중은 68%, GS건설은 56%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662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 7600억원보다 12.8% 줄어든 수준이다. 매출액은 11.7% 성장했지만 매출원가가 10.9%나 올랐다. 회사의 매출원가는 최초로 1조원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GS건설 실적은 매출액 13조4366억원, 영업손실 3879억원, 당기순손실 4195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9.25% 늘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건설 사고 발생으로 인한 손실이 반영된 영향이다. 다만 GS건설 역시 매출원가가 6.2%나 상승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주택사업 문제로 건설사들은 투자 유치를 위한 설명에서도 주택보다는 신사업을 중심으로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며 "주택 건설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 직격타를 맞는 사업이다 보니 최근 2년간 수익성을 잡아먹는 분야가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물산 건설 부문과 현대건설의 경우 실적 호조를 기록했다. 양사는 국내 주택사업 매출 비중이 50% 미만으로 비교적 낮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전년 대비 30%대 증가세를 나타냈다. 매출은 39.6% 뛴 29조6513억원으로 30조원에 근접했고, 영업이익은 7854억원을 올려 전년 대비 36.6% 성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가스전, 네옴 러닝터널,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등 대형 해외공정이 본격화하고 국내 샤힌 프로젝트 공정착수로 매출이 확대된 영향이 주효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의 경우 매출이 19조3100억원으로 32.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8.2% 성장한 1조340억원을 나타냈다. 회사 측은 카타르 태양광, 네옴터널 등 양질의 해외 프로젝트에서 매출이 본격화한 영향으로 풀이했다.
주택사업 원가 문제로 지난해 건설업계의 희비가 갈린 가운데 이같은 문제는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짙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종전 후 복구작업이 시작되면 원자재 가격이 내리지 않을 수 있어 주택사업 여건의 회복에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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