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다빈 기자] "오빠(임종윤)와 동생(임종훈)이 주주총회 이사 참여를 시도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가족 구성원 4명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상황이다. 과연 이 모습이 한미그룹이 상장회사로써 가져야 하는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역행하는 것인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데 있어 정말 필요한 이사회 구성인지 고민해 주시길 바란다"
한미그룹과 OCI그룹 통합을 앞두고 경영권 분쟁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25일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한미그룹 측은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동안 한미그룹과 OCI그룹간의 계약이 '인수'가 아닌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자리에는 이우현 OCI그룹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도 참석했다. 지난 1월 한미그룹과 OCI그룹이 통합에 대해 발표한 이후 두 회사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여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주현 사장은 "한미약품은 지난해 최대 실적을 이뤄냈지만 최대 실적에도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며 "이는 대주주들의 상속세 문제인 오버행 이슈가 해결되지 않아서 그렇다고 판단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여러 고민 끝에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게 됐고 이를 통해 신약 개발에 대한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21.86%)과 임종윤·임종훈 형제(20.47%) 지분에 큰 차이가 없어 지분 12.15%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의중이 중요했던 상황이다. 그러던 와중, 지난 21일 개인 최대주주인 신 회장이 임종윤·임종훈 형제를 지지한다고 선언하면서 상황은 급전개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임주현 사장은 "신동국 회장을 지난 20일에도 찾아뵙고 회사를 어떻게 꾸려나갈지 진심을 담아 여러 번 말씀을 드렸다"며 "(임 형제를)지지한 데 있어 나름 고심을 하셨을 거라 생각하고 남은 기간 동안 대화를 통해 설득할 수 있을지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할 것이고 제안할 수 있는 게 뭔지 계속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의 선택으로 새롭게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국민연금(7.66%)에 대해서는 "관련 부서를 통해 계속해서 입장을 전달드리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남은 주요 지분인 소액주주(16.77%)에 대해서는 "대행사를 통해 입장을 충분히 전하고 있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다만 어떤 의견을 주고받고 있는지 공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임주현 사장은 OCI그룹과의 통합이 실패할 경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임 사장은 "OCI와의 통합에 실패할 경우 플랜B(대안)와 같은 부분은 깊게 고민해 보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주주총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조직을 지키는 결정과 조직의 최선을 위한 선택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상속세 납부 문제도 언급했다. 임주현 사장은 "임종윤 사장과의 채무 관계가 정리된다면 상속세 상당 부분이 해결 돼, 잔액이 있겠지만 크게 문제없이 납부가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임 사장은 "상속세 문제는 가족 전원이 해결해야 하는 큰 숙제이기 때문에 사모펀드, 지분 매각에 대해 제안이 많았음에도 선대 회장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뜻을 이어 한미의 DNA를 지킬 수 있는 선택이 뭔지 오래 고민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제가 상대측에게 궁금한 부분은 임종윤 사장께서 갖고 계신 지분이 담보가 많이 잡혀 있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3년 동안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서 상속세 마련은 어떻게 하실 것인지 거꾸로 여쭙고 싶은 마음"이라고 반문했다.
당일 기자회견을 앞두고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해임된 것에 대해서는 "(송영숙)회장님께서 오랜 기간 숙고한 부분"이라며 "무엇보다도 조직 안에서 일어날 혼란을 방지하고 조직을 보호하려는 모습이 우선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임 형제가 제시한 비전에 대해서는 자리에 참석한 모두가 의구심을 제기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지난 21일 임종윤 사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100개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100개라는 숫자가 굉장히 희망적일 수도 있지만 생산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생산을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100여개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10개의 라인과 1000명의 생산 인원을 추가해야 하는데 여기에만 2조원 이상이 들 것"이라며 "100개라는 수치는 너무 높게 잡은 것이 아닌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도 임 형제가 제시한 '시총 200조'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이 회장은 "시가총액을 목표로 잡고 경영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시가총액을 높이는 것은 실적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업상 결실이 나고 나서 목표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주현 사장도 "200조에 대해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다면 왜 마다하겠냐"며 "기업 내부의 실정과 사정을 충분히 검토하고 말씀하셨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주환원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언급했다 임주현 사장은 "주주환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검토중에 있고 자사주 매입, 자사주 소각에 있어 공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주현 사장은 기자회견 내내 경영권 분쟁으로 한미그룹의 실적이 가려진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임 사장은 "여러 분쟁으로 한미가 현재 하는 일들이 많이 가려지는게 가장 안타깝다"고 말하며 "시끄러운 외부 상황에도 한미그룹은 묵묵히 걸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족 간 갈등으로 회사에 누를 끼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주주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이 상황을 마무리 했을때 가족간의 화해도 당연히 이뤄야 하는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대화와 화해를 시도할 것"이다고 발언했다.
임주현 회장은 "미래에 대한 선택이 어떤 건지 고민해 주시고 올바른 선택을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인사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한편 오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 형제의 해임 여부와 상관없이 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과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한미사이언스의 신규이사 6명 선임안' 등을 놓고 표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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