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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리=정소양 기자]
◆ '횡령 의혹' 정용원 대표, 사의 표명에도 여진…경찰, KGM 평택 본사 압수수색
-이번에는 자동차업계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2022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쌍용자동차'가 다시 소환 됐습니다. 후신 KG모빌리티 정용원 대표이사 사장의 횡령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쌍용차 시절인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정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 4명이 용역비 등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현재 1명은 퇴직자로 확인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수사대는 지난 19일 경기 평택 KG모빌리티 본사를 압수수색했습니다. 경찰은 횡령 액수를 수억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압수수색 직후 KG모빌리티는 "쌍용차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을 시 발생한 내용으로 개인 차원에서 시작된 일"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정 대표가 쌍용차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발생한 일에 대한 수사라고 해도, 현재도 대표직을 갖고 있어 연관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겠네요. 경찰 수사 소식이 보도된 후 정 대표는 사의 표명을 했죠?
-그렇습니다. 정 대표는 지난 21일 회사 측에 대표와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오는 26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 정 대표가 의장 역할을 할 예정이었으나, 사의를 표명하면서 다른 인물이 수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 대표는 진행 중인 업무는 문제가 없도록 마무리 짓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사의 표명 이전 결재 사안에 대해서는 차질이 없게 하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KG모빌리티는 경찰 조사가 종결되면 정 대표 거취가 정해질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 대표는 쌍용차의 두 차례 기업회생절차를 이끌었던 인물로 쌍용차 시절부터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이번 횡령 의혹은 개인에게도 치명적이겠네요.
-네, 아직 수사나 재판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어서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횡령 혐의와 관련해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것 자체가 개인에게는 '불명예'입니다. 또 회사 측면에서도 보면 기업 이미지 및 기업가치 하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입니다. 1990년 쌍용차에 입사한 정 대표는 2009년 경영지원실장으로 근무하며 회생 작업을 이끌었습니다. 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 인수 이후 공을 인정받아 경영관리담당 상무보로 승진했습니다. 2014년 상무로 승진해 기획관리본부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이후 두 번째 회생절차 관리인으로 선임돼 KG그룹 품에 안기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KG모빌리티로 거듭난 이후 곽재선 KG그룹 회장과 공동대표이사로 활동했습니다.
-KG모빌리티 입장에선 당면한 과제가 적지 않은데, 앞으로 추진하는 사업에 영향도 있을까요?
-KG모빌리티는 지난해 토레스를 바탕으로 영업이익 50억원을 기록해 16년 만에 흑자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내수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2월 내수 판매가 전년 같은 달 대비 44.8% 감소했습니다. 수출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서 급격한 판매량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내수 부진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또 중국산 전기차에서 탑재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점도 관련한 경영 전략 수정이 필요합니다. 환경부가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면서, KG모빌리티는 일단 가격 인하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이는 실적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울러 오는 6월 신차 코란도 EV도 선보일 예정이라, 기업 이미지가 중요한 상황입니다.
-일단 수사 결과가 중요하겠네요.
-우선 경찰은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쌍용차의 용역 계약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업체 중 현재도 계약을 이어가고 있는 협력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협력사 피해를 줄이고 KG모빌리티 지속 성장을 위해서라도 신속하면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KG모빌리티 측도 압수수색 직후 "경찰 횡령 혐의 압수수색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경찰 조사에 성실히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측은 수사 결과에 따라 정 대표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번 사안과 관련한 여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주총 맞아 짐싸는 증권사 수장들, 칼바람 피한 곳도?
-마지막으로 증권업계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3월 주주총회(주총) 시즌을 맞아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밀집한 여의도에도 잇따른 주총 개회 소식이 들려오는데요. 이번에는 증권사 주총에 신임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는 안건이 대거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그간 대표 인선에 다소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한 증권가에도 CEO 세대교체 바람이 불기 시작했는데요.
-바람 세기가 아주 거셉니다. 무려 10개 증권사에 이번 주총을 통해 신규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10월 일찌감치 용퇴를 발표한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회장을 비롯해 10년차 CEO로 증권가 최장수 CEO로 불린 김신 SK증권 대표, 3번이나 연임되면서 회사를 이끈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등 업계를 대표하던 CEO들이 이번 주총을 통해 짐을 싸고 있습니다.
이들이 떠난 자리는 외부 영입이 아닌 내부 승진으로 채워지는 모양인데요. 증권사들이 이사회를 거쳐 추천한 CEO 후보들은 주총을 통해 단 한 건의 부결 없이 속속들이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되고 있습니다. 한 번 선임한 CEO에게 장기간 믿음을 줬던 과거와는 대조적인 분위기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그렇군요. 반면 연임에 성공하면서 칼바람을 피한 수장들도 있다고요? 세대교체 바람이 부는 와중에 어떤 배경이 작용했는지도 궁금하네요.
-맞습니다. 3월 임기 만료 예정이던 곽봉석 DB금융투자 대표를 필두로, 이미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던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와 박봉권 교보증권 대표, 무려 3연임을 했던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 등이 모두 이번 주총을 통해 연임에 성공했는데요. 이중 오 대표와 박 대표는 각각 자신이 이끈 증권사가 올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진입에 도전하는 만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현직 수장에게 다시 기회를 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는데요. 지난해 증권가에 유독 사건·사고가 많았습니다.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해 4월 SG증권발 주가조작 사건을 시작으로 라임·옵티머스 사태 관련 CEO 중징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 뻥튀기 상장 관련 압수수색 등 연이은 사건·사고에 얽히고 실적마저 전년보다 악화하면서 주주들의 뭇매를 맞기도 했고요.
증권사들도 최근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주주 달래기에 나섰지만 증권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은 여전한 상태입니다. 금융 당국 인사들도 올해 초 증권사 CEO들을 만난 간담회에서 증권사 CEO들이 직접 하나부터 열까지 내부 리스크를 살피고 관리하라고 공개적으로 주문했고요. 주총을 통해 대표 연임을 확정한 증권사 CEO들 역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렇군요. 결국 증권가에 CEO 세대교체 바람이 부는 배경도 분위기 쇄신 차원의 결단으로 해석되는데요. 말씀처럼 지난해 발생한 여러 사건·사고와 무관하진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 선임된 CEO들이 올해 증권가를 다른 분위기로 바꿔놓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