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 '노스페이스'를 국내 전개하는 영원무역그룹이 한국 패션 산업계 리더가 됐다.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 장녀 성래은 부회장이 제15대 한국패션산업협회장으로 취임하면서다. 성 부회장은 지난해 후계 구도를 굳혔고, 기업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그가 경영 잡음을 딛고 실적 부진을 겪는 영원무역그룹을 다시 성장세로 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원무역은 오는 29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성래은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내걸었다. 성기학 회장과 함께 사내이사 후보로 오르면서 올해 부녀 경영 체제를 이어갈 분위기다. 성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성기학 회장으로부터 그룹 지배구조 상위 회사 YMSA 지분을 50.01% 증여받고 경영 승계 기반을 다졌다. YMSA는 영원무역그룹 지주회사 격인 영원무역홀딩스의 대주주로 29.09%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성 부회장이 YMSA 대주주가 되면서 사실상 영원무역그룹 지배구조 최상층에 올랐다.
영원무역그룹 지주사 격인 영업무역홀딩스는 '노스페이스'를 전개하는 영원아웃도어, 의류 OEM·자전거 제조·판매 기업 영원무역 등 자회사로 구성돼 있다. 이 회사 매출액 중 상당 부분을 차지는 영원무역은 지난해 실적이 전년(2022년) 대비 하락했다. 영원무역 실적 악화에 따라 영원무역홀딩스도 실적이 고꾸라졌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영원무역 영업이익은 6391억원으로 전년 대비 22.4%, 매출액은 7.8% 하락한 3조604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원무역홀딩스의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13.3%, 4.1%씩 줄었다. 이와 관련, 영원무역홀딩스 측은 "글로벌 의류, 자전거 시장 수요감소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지난 2016년 성래은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2022년까지 실적 우상향 곡선을 그렸지만 지난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아쉬운 회사 성적과는 반대로 올해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액 승인'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공시에 따르면 영원무역홀딩스는 이사 보수 총액 한도를 작년 50억원에서 올해 75억원으로, 영원무역은 8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각각 50%, 25% 늘린다. 특히 이사 보수 한도액은 늘리려 하는데 비해 주주 배당금은 내린 점이 주목된다. 영원무역홀딩스가 지난 13일 공시한 올해 보통주 1주당 현금 결산배당금은 2370원이다. 이는 지난해 3월 공시된 배당금보다 680원 낮다. 영원무역 역시 지난해 3월 보통주 1주당 1530원에서 올해 1300원으로 배당금을 낮췄다.
이와 관련,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산업계에서는 성과급 등 임원 보수를 회사에 돌려주거나 이사 보수를 깎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경영 악화 상황에 이사 보수 증액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일례로 LG생활건강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법인 분할 후 처음으로 이사 보수 한도를 80억원에서 60억원으로 삭감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신세계푸드 역시 39억원에서 37억원으로 삭감하려 하고 있다.
이사 보수 한도액에 대해 영원무역홀딩스 관계자는 "경영 여건이 급변하면서 경영진 역할 중요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보수 체계 수정이 필요했다"며 "보수 한도가 증액되더라도 올해 영업 상황과 성과 등을 고려해 집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영원무역그룹은 최근 임직원에게 영화 '건국전쟁' 관람을 독려해 논란이 일었다. '건국전쟁'은 이승만 전 대통령 일대기를 다룬 영화로 정치 편향성을 두고 논쟁이 일었다. 영원무역그룹은 지난달 그룹사 직원이 '건국전쟁' 관람 시 1매당 5만원을 지급하는 사내 행사를 열었다. 업계에서는 특정 영화 관객을 일부러 늘리기 위한 정책으로 보인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성 부회장이 한국 패션 산업계를 3년간 이끌 리더로 결정되면서 영원무역그룹 경쟁력 회복, 잡음 해결 필요성에 무게가 더해졌다. 성 부회장은 지난달 23일 제15회 한국패션산업협회장으로 선임됐다. 이 단체는 국내 400여 패션 브랜드, 제조 업체, 패션 산업 관련 기업이 모인 산업통상자원부 등록 사단법인이다. 지난 1985년 설립됐고 여성이자 40대 젊은 경영인이 회장직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ndex@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