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폭이 1.5% 수준에 그쳤다. 이는 역대 6번째로 낮은 상승 폭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그간 도입했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폐지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1일 기준으로 조사·산정한 공동주택 약 1523만 가구에 대한 공시가격을 19일 공개하고, 내달 8일까지 열람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올해 전국 평균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1.52% 상승한다. 이같은 상승폭은 2005년 공시 제도를 도입한 이래 6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절댓값으로는 역대 3번째로 작은 수치다. 공시가격은 지난 정부의 현실화 계획 도입으로 2021년 19.05%, 2022년 17.20% 올랐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춰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해 공동주택 현실화율은 전년 71.5%에서 69.0%로 하향했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같은 현실화율이 적용됐다.
지역별로 보면 올해 공시가격은 세종(6.45%), 서울(3.25%), 대전(2.62%), 경기(2.22%), 인천(1.93%)의 순으로 많이 올랐다. 앞서 2022년 집값이 폭락한 세종은 지난해 공시가가 30.71% 떨어지며 가장 큰 폭의 공시가 하락률을 보였지만, 올해는 상승폭이 가장 높았다.
공시가격이 내린 지역은 대구(-4.15%), 광주(-3.17%), 부산(-2.89%), 전북(-2.64%), 전남(-2.27%) 등이다.
서울에서는 송파구가 10.09%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 양천구(7.19%), 영등포구(5.09%), 강동구(4.49%), 마포구(4.38%), 강남구(3.48%), 광진구(3.32%)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반면 중저가 주택 비중이 높은 구로구(-1.91%), 중랑구(-1.61%), 도봉구(-1.37%), 강북구(-1.15%), 노원구(-0.93%), 금천구(-0.87%), 관악구(-0.28%)의 공시가는 내렸다.
상승폭이 크지 않은 만큼 세 부담 증가나 부동산 시장 영향도 제한적일 전망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등 67개 제도에 활용되고 있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국 평균 1.52% 상승은 2020년 수준의 현실화율을 적용했기에 나온 결과"라며 "변동폭이 크지 않아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날 지난 정부가 마련했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35년까지 공시가 현실화율을 90%로 끌어올리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2021년부터 적용해 왔다.
그러나 국토부는 해당 계획 도입 이후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연평균 18% 오른 것으로 집계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예정대로 2035년까지 진행될 경우, 재산세 부담은 61%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를 추진할 방침이다. 집값 급등기에 시세반영률을 급격히 높임에 따라 공시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고, 국민의 보유세 부담도 가중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부동산 현실화 계획 폐지를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손질이 필수적이다. 이에 국토부는 현실화 계획 폐지가 당장 내년 공시부터 적용될 수 있도록 지난달부터 추진 중인 연구용역을 적극 활용해 이행 방안을 마련한다. 이를 통해 올해 11월까지 '부동산공시법' 개정 등 후속 조치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 현실화 계획뿐 아니라 부동산 공시법 26조 2항에 있는 정부의 의무 자체를 없애는 것"이라며 "법 개정 전까지는 임시방편으로 2020년 수준의 현실화율을 고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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