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10만전자' 외치는데…삼성전자 주가 요지부동 까닭은


사그라든 개미 투심‧미미한 AI 수혜 등 영향

증권사들이 잇달아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국내 증시 상승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가가 좀처럼 수혜를 누리지 못하는 형국이다. 반도체 업황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0만원대로 잇달아 상향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주가는 작년 7월 이래 7만원대의 늪에 갇혀 있다.

◆ 증권사 4곳, 삼성전자 목표주가 10만원대 제시

증권사들은 메모리 감산에 따른 유통재고의 감소 효과가 나타나고 고객사의 수요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올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회복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증권가가 점치는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4조9272억원이다. 작년 1분기(6402억원) 대비 669.6%, 직전 분기(2조8257억원) 대비 74.4% 증가한 수준이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또한 삼성전자가 4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3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며 청사진에 힘을 실었다. 트렌드포스는 "처음에는 HBM3를 SK하이닉스가 독점 공급했지만, 삼성전자가 AMD의 MI300 시리즈용 검증을 받은 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 검증을 받고 AMD에 중요한 공급사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올해 들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을 연거푸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의 '10만전자'설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은 하나증권이다. 지난 1월 5일 하나증권은 메모리 업황이 공급 조절로 인해 우려보다 일찍 안정화 수순을 밟을 것이라면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9만5000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리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체들의 이익 가속화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아졌고,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 밴드 상의 위치도 평균을 하회하고 있어 비중 확대 전략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하나증권은 지난달 1일에도 삼성전자의 목표주가 10만원으로 유지한 상태다. 김 연구원은 "D램(DRAM) 부문은 지난해 2·4분기부터 적자가 축소되기 시작했고 올해는 매분기 해당 흐름이 가속화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언급했다.

이달 5일 미래에셋증권은 목표주가 10만5000원이라는 숫자를 제시하며 삼성전자 주가 긍정론을 이어갔다. 메리츠증권과 SK증권도 지난 14일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10만원으로 올려 잡았다.

10만원에는 못 미치더라도 증권가의 대세는 '삼성전자 목표주가 상향'이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9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올려잡았고, DS투자증권도 기존 9만2000원에서 9만9000원으로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도 9만4000원에서 9만9000원으로 목표주가를 새로 제시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메모리의 시장 침투 확대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것은 사실이나 시장 강세와 마이크론의 낮은 생산 능력을 감안하면 영역 확대에 대한 의구심은 낮다"며 "파운드리는 하반기 선단공정 가동률 증가로 흑자전환을,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상반기 낮은 기저와 계절성을 고려하면 상저하고의 패턴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주가는 12개월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 1.3배 수준의 역사적 밴드 중단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21년 초까지만 해도 10만전자를 넘봤던 삼성전자는 현재 7만원대에서 횡보 중이다. /더팩트 DB

◆ 개미들도 '줄이탈'…"AI 열풍 동참해야"

그러나 삼성전자의 주가는 대형 호재가 전해져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일례로 지난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60억달러(약 7조96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가 이미 발표한 텍사스 공장 건설 외에 추가로 미국 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15일 전 거래일 대비 2.69%(2000원) 내린 7만23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심이 돌아선 것도 상승세를 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추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 주주는 521만6409명으로 전년 대비 약 116만명, 18.2%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양호한 실적에도 삼성전자 주가가 소외되는 것은 AI(인공지능) 열풍에서 직접적 수혜가 적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가 글로벌 동종업계 대비 시장 수익률이 하회하는 이유는 직접적 AI 수혜가 적다는 점과, 의존도가 높은 모바일 및 일반 서버 수요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4~2026년 AI 시장은 전 산업 분야에 AI 침투율이 급증하는 가운데 AGI(범용 인공지능) 연산 폭증과 천문학적 AI 연산을 감당할 AI 전용 데이터센터 구축이 필수"라며 "특히 AGI 칩을 생산 가능한 파운드리 생태계를 확보한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함께 턴키 공급이 가능한 유일한 업체로, 공급 부족인 AI 반도체 시장에서 공급 안정성을 우려하는 고객사에게 긍정적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선우 연구원은 "메모리 수요의 양극화는 AI 서버 집중도 상승 속 지속되고 있다"며 "하이엔드 스마트폰 회복 불확실성과 최선단 공정 파운드리 실적 개선 지연 및 HBM 주요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 메모리 정책은 철저히 수익성 위주로 전개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민희 연구원은 "지난해 초 바닥으로 매 분기 실적이 개선되고 있고, 주가도 장기적으로는 저점을 높여가고 우상향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며 "계획대로 하반기 AI 서버 시장 공략이 본격화된다면, 동사도 글로벌 AI주 상승 열풍에 동참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18일 오전 10시 40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7만2300원) 대비 0.55%(400원) 오른 7만2700원을 호가하고 있다. 이날 7만2600원으로 개장한 삼성전자는 7만2500~7만2900원 사이만을 오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52주 신고가는 올해 1월 2일 기록했던 7만98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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