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박병립·최승진·박은평·장병문·허주열·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이한림·정소양·이중삼·최문정·최의종·최지혜·이선영·우지수·서다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낮기온이 부쩍 올라 봄날씨를 만끽할 수 있는 3월 중순에 접어들었지만 급격한 일교차로 밤기온은 여전히 춥기만 합니다. 경제계도 하루 날씨처럼 대조적인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분쟁조정기준을 공개하면서 국내 은행들의 조 단위 배상금 지출이 예상되는데요. 당국과 업계도 씁쓸한 심정을 금치 못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산업계에서는 업계 톱이 아닌 중간 단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저비용항공사(LCC)는 오는 28일 한국-우즈벡 항공회담을 통해 중앙아시아 하늘길이 확장되면서 중장거리 노선 확대와 신규 노선 분배를 기대하고요. 중저가 침대시장의 상승세 등에 2년 연속 역성장하고 있는 국내 침대업계 1위 에이스침대 이야기도 연이어 들어보겠습니다.
◆ KB금융, 홍콩 ELS 상반기 만기 도래 배상액 중 절반 차지
-먼저 금융업계 소식입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분쟁조정기준을 공개하면서 은행들이 대규모 배상액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네, 현재 은행들은 조정기준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배상기준 마련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데요. 금감원이 지난 11일 발표한 '홍콩 H지수 ELS 검사결과(잠정)·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르면 판매금융사는 판매규모와 귀책사유에 비례해 투자자의 손실액에 대해 0%에서 최대 100%까지 배상을 해야 합니다. 은행은 적합성원칙, 설명의무 위반 사항이 발견된 사례가 많아 기본 배상비율이 20~30%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은행별 예상 배상액은 어느 정도인가요?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서 판매했던 홍콩 H지수 ELS 중 올해 만기도래액은 13조5000억원 규모입니다. 이 중 상반기 만기 도래가 8조2000억원에 달하는데요. KB국민은행이 4조8000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어 신한은행 1조4000억원, 하나은행 8000억원, NH농협은행 8000억원, 우리은행 249억원 수준입니다.
투자자 손실률 50%, 손실 배상비율 40%로 가정하면 은행별 상반기 예상 배상액은 KB국민은행 약 1조원, 신한은행 약 3000억원, 하나은행 1500억원, 우리은행 50억원 수준입니다. 실제 배상 규모는 각사별 구체적인 배상안과 ELS 투자자의 수용 여부 등에 따라 결정될 예정입니다.
-일각에선 은행들이 대규모 배상액을 감당할 수 있을지를 주목하고 있는데요. 은행권은 어떤 입장인가요?
-은행권은 배상 예상액이 배상비율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정한 분쟁조정안의 내용을 토대로 향후 절차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이해관계자인 판매사와 투자자 양쪽 다 아쉬운 점을 토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투자자들이 전액 배상을 요구하는 등 은행에서 정한 자율 배상을 거절할 가능성도 있어 ELS 관련 배상 절차가 장기간 소요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배상액에 따른 영향으로 국민은행 등 비용부담이 큰 은행들이 분기별 적자행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다만 은행들이 배상에 들어가는 비용 만큼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를 줄인다면 올해 실적은 크게 악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오는 18일 주요 은행장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인데요. H지수 ELS 배상안이 발표된 이후 일주일 만에 열리는 자리인 만큼 홍콩ELS에 대한 배상안, 대책 등 여러 의견이 오갈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이 원장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개인 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홍콩H지수 연계 ELS 등 고난도 상품 판매에 관련해 당국이 보다 면밀히 감독하지 못했다"며 "1차적으로 손실을 입은 피해자들, 그리고 은행·증권사 근무자들께도 보다 정확한 기준을 제시해드리지 못해 결과적으로 업계 신뢰가 훼손된 점 등에 유감스럽다는 말씀 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는데요.
그는 "시간을 과거로 돌아가 그 판매를 금지시키지 않고서야 어떻게 보호할 수 없다는 안타까운 지점이 있다"며 "반성에 기초해 앞으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제도 개선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가능하다면 이달 중에라도 당국, 업계, 학계, 협회, 전문가, 소비자 등 모두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개선안이 연내에 도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오는 4월부터 시작될 금감원 자체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도 중요 변수인데요. 분조위 조정 결정과 성립 사례가 은행권 자율 배상안의 이정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분조위 조정 성립까지는 3개월 정도 기간이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는 돼야 첫 배상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이네요.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