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지난해 SK그룹이 국내 최다 M&A(기업결합)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M&A 시장 축소에도 비계열사 기업결합이 오히려 늘었다. 지난 2022년부터 고금리와 경제침체의 여파로 전체 기업결합 사례가 줄고 있지만, SK그룹은 2년 연속 가장 많은 M&A 건수를 기록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7일 발표한 '2023 기업결합 심사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SK그룹의 비계열사 기업결합은 20건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았다. 2022년에도 18건을 기록해 최다 건을 기록했고, 지난해 2건 더 늘었다.
계열사의 기업결합을 포함하더라도 SK그룹이 26건으로 가장 많다. 이 역시 전년(30건)에 이은 2년 연속 최다 기록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까지 76개였던 SK의 지분 투자 법인은 전년 상반기 말 기준 116개까지 급증했다.
SK가 기업에 직접 투자해 수익을 얻고 기업가치를 올리는 투자형 지주회사를 표방하는 과정에서 기업결합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분을 투자한 기업이 모두 그룹 내 결합기업으로 편입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투자 지분에 따라 계열사가 늘어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수단은 △주식 취득 △임원 겸임 △합병 △영업양수 △합작회사 설립 등이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인허가나 벨류체인 통합 과정에서 비계열사에 대한 기업결합 건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의 이같은 행보는 전체 기업결합 사례가 줄고 있는 최근 국내 M&A시장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국내 기업결합은 739건으로 전년 대비 137건(6.4%) 감소했다. 국내기업의 결합금액 규모도 55조원으로 3조원 축소됐다. 대기업집단에 의한 기업결합 역시 231건으로 전년 대비 12.1%나 줄었다. 건수와 달리 기업결합 금액은 전년 대비 56.8% 대폭 증가한 30조원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기조와 경기침체 우려가 이어지면서 기업결합 사례가 감소했다"면서도 "다만 일부 대기업에서 진행된 기업결합의 영향으로 대기업집단의 기업결합 금액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SK가 독보적인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중흥건설의 기업결합 신고가 13건, 한화가 9건으로 뒤를 이었다. 비계열사 기업결합은 SK에 이어 중흥건설(13건), 미래에셋·엘에스·포스코(각 8건) 순으로 많았다. 결합 수단은 주식취득이 280건(30.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합작회사 설립(201건, 21.7%), 합병(197건, 21.3%), 임원 겸임(158건, 16.8%), 영업양수(93건, 10.0%)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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