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은 실생활과 밀접한 산업군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상품이 쏟아져 나와 소비자들의 삶을 윤택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들 상품을 사용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도 많습니다. 이 코너는 유통 관련 궁금증을 쉽게 풀어드리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유통 지식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이중삼 기자] 시각장애인 A 씨는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구매할 때마다 직원의 도움을 받는다. 원하는 맥주를 구입하기 위해서다. 시중에서 판매 중인 맥주 브랜드 가운데 한 제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점자표기가 '맥주'로만 돼 있다. 그는 "어떤 제품인지 확인할 수 없는 만큼 브랜드 점자표기가 제품에 적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장애인이라면 캔맥주에 새겨진 점자표기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에게 점자표기는 필수다. 이 제품이 맥주인지, 음료인지 구분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맥주로 점자표기가 돼 있어도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캔맥주에 브랜드 점자표기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주류업계는 점자표기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당장 브랜드 점자표기를 넣기 어렵다고 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공간 제한성'이다. 점자표기는 하나의 자음과 모음을 하나의 단어로 인식하기 때문에 표기할 수 있는 글자 수에 제한을 받는다. 4음절이 넘어가면 제품명을 담기 어렵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4음절만 넣어야 하는 규정은 없다. 5음절도 넣을 수 있지만, 캔뚜껑에 모든 점자를 넣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다음으로는 '비용 문제'다. 제품명을 점자로 표기하기 위해서는 캔 생산 단계부터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캔맥주 가운데 브랜드 점자표기가 돼 있는 제품은 '테라'가 유일하다. 이 제품은 '맥주'와 '테라'가 점자로 들어가 있다. 다른 브랜드는 맥주만 새겨져 있다. 테라는 어떻게 점자로 표기될 수 있었을까. 4음절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와 관련,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모든 제품을 검토했지만 4음절이 넘어가면 표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 테라만 넣을 수 있었다"며 "브랜드 점자를 넣은 이유는 시각장애인에게 명확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맥주 브랜드 '켈리'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 했다. '켈리'는 5음절이지만, 넣을 방안을 고민 중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비장애인·장애인 구분 없이 맥주를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전했다.
점자표기 문제는 비단 '맥주'만 해당하지 않는다. 캔제품 표면에 주로 표기되는 점자는 '탄산', '음료', '맥주' 등으로 아예 점자가 없는 캔 제품도 있다. 수입산 캔맥주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A 씨는 시각장애인들의 제품 알 권리 차원에서라도 향후 주류업계들이 브랜드 점자표기에 대해 적극 나서줬으면 한다는 심경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