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새 판 짜는 카카오, 내부 인사에도 '쇄신' 새바람 불까


카카오 28일 주총…정신아 대표·관료·IB 출신 사외이사 등 선임
준신위, 경영진 '평판 리스크' 해결 재차 주문

카카오가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새롭게 사내·외 이사진을 꾸린다. 이사진에 새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내부 주요 임원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동률 기자

[더팩트|최문정 기자] 카카오가 안팎의 인사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는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진을 새로 꾸리는 한편, 내부 임원 인사도 실시할 예정이다. 앞서 카카오가 올해 최대 과제를 '쇄신'으로 꼽은 만큼, 이번 개편의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15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오는 28일 제주도 제주시 스페이스닷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카카오는 이번 주총 의안으로 정신아 대표 내정자를 비롯한 사내이사 3인과 사외이사 2인 등을 선임할 예정이다. 이번 주총에서 해당 안건이 모두 통과될 경우, 카카오의 이사진은 총 8명으로 재정비된다.

새로운 사내이사 후보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를 비롯해 권대열 CA협의체 ESG위원장, 조석영 CA협의체 그룹준법경영실장 등이다. 정신아 내정자는 2014년부터 10년 동안 카카오벤처스(합류 당시 케이큐브벤처스)에서 유망 스타트업 기업에 초기 자금을 투자하는 등의 업무를 맡아왔다. 그는 지난 12월 현재 홍은택 대표의 뒤를 이어 카카오의 차기 대표로 발탁됐다.

권대열 ESG위원장은 조선일보 논설위원 출신으로 2018년 카카오에 합류했다. 이후 커뮤니케이션 실장, ER실장, CRO, CDR랩장, ERM위원장 등의 요직을 거쳤다. 올해부터는 카카오 그룹 내 컨트롤타워 조직인 CA협의체에서 ESG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조석영 그룹준법경영실장은 검사 출신 인사로 서울동부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전주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장검사 등을 역임하고 2021년 카카오에 합류했다. 올해부터는 CA협의체 그룹준법경영실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주총으로 카카오 사내이사는 모두 바뀔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진두지휘한 공으로 사내이사로 선임됐던 배재현 투자총괄대표는 지난달 16일 일신상의 이유로 사내이사에서 사임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이달 말 사내이사직 임기가 만료된다ㄹ.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정식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김범수 창업자 주재 공동체경영회의 참석 후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정 내정자의 모습. /최문정 기자

카카오는 사외이사진도 강화한다. 새 사외이사 후보에 오른 차경진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 정책자문위원과 함춘승 피에이치컴퍼니 사장은 각각 관가와 투자은행(IB)업계 경력을 가진 인물들이다. 이들은 기존 사외이사진인 윤석(이사회 의장), 최세정, 박새롬 등과 함께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신석경 사외이사의 경우,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카카오 이사회에 새바람이 부는 가운데, 출범을 앞둔 정신아 카카오 대표의 내부 인사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카카오는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종' 혐의와 골목상권 침해 등으로 인해 위기 상황에 놓였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김범수 창업자 역시 지난해 연말 사실상 경영에 복귀해 그룹 전체에 강력한 쇄신을 주문했다. 김 창업자는 이 과정에서 '사명을 바꾸는 정도'의 강도로 쇄신 작업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적극적인 쇄신 의지와는 달리, 카카오는 최근 본사 기술 사령관으로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내정했다. 정 CTO는 인터넷 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초기 개발 과정을 맡아 제1금융권에 걸맞는 보안체계 등을 마련한 성과가 있다. 하지만 그는 2021년 8월 카카오뱅크 상장 직후 두 차례에 걸쳐 자신에게 주어진 주식선택매수권(스톡옵션)을 대량으로 행사해 70억원 규모의 시세차익을 달성했다. 갓 상장을 마친 기업의 고위 경영진이 자신의 회사 지분을 대량으로 처분하는 행위는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카카오는 정 CTO 내정자의 블록딜 이후 약 4개월 만에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 등의 고위 경영진의 '먹튀' 행위가 또다시 발생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11월 회의 중 직원에게 욕설을 해 파문을 일으킨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 총괄의 거취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 총괄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3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인물로, 김 창업자가 카카오의 혁신을 위해 삼고초려해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괄은 지난해 11월 원의 보고를 받던 중 큰 소리로 욕설을 한 것이 알려지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해당 논란을 해명하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카카오의 내부 경영 실태를 폭로를 이어갔다. 이후 김 총괄은 스스로 '100 대 0' 원칙을 어겼다며 자숙에 들어갔다. 100대 0 원칙은 '카카오 내부에서는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100%), 외부에는 절대적으로 보안을 유지하자(0%)'는 의미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왼쪽)와 김소영 카카오 준법과 신뢰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카카오

카카오는 외부 법무법인에 김 총괄의 욕설 사태 등에 대한 진상 조사를 맡겼다. 이후 이를 바탕으로 최종 징계 수위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향후 징계 수위에 따라 김 총괄의 거취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 총괄은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직뿐만 아니라 카카오 내부 인원 중에서는 유일하게 외부 감사 기관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 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카카오 준신위는 지난 14일 3월 정기회의를 통해 카카오에 "일부 경영진 선임과 관련해 발생한 평판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고,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건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준신위가 책임 경영 등과 관련된 권고 의견을 낸 것은 지난달 20일 이후 두 번째다.

앞서 김범수 창업자를 비롯한 카카오 그룹 경영진들은 준신위의 권고를 경영 활동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의 준신위 권고 수용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유사 평판 리스크를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munn09@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