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주원 기자]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주식 시장에서 '정치 테마주'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배우 이정재가 투자한 종목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한편, 연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 당했을 때 연이 있는 회사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정치 테마주는 변동성이 많은 만큼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와이더플래닛 이어 래몽래인도…'한동훈 친분' 이정재 투자 종목 급등세
최근 정치 테마주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종목은 래몽래인이다. 드라마 제작사인 래몽래인은 '성균관 스캔들', '재벌집 막내아들' 등을 제작한 회사로, 이번 유상증자로 와이더플래닛이 최대주주가 되게 됐다.
래몽래인은 지난 12일 장중 운영자금 등 290억원을 조달하고자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제3자배정 대상자는 와이더플래닛(181만2688주), 배우 이정재(50만3524주) 등이다.
유증 소식과 이정재의 참여 사실이 전해진 이후 래몽래인 주가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찍었다. 래몽래인은 12일 오후 2시45분께 유증 소식 등이 전해진 후 상한가로 치솟아 전 거래일 대비 29.94%(3440원) 오른 1만4930원에 장을 마쳤다. 이튿날인 13일에도 개장 직후 상한가를 기록, 29.94%(4470원) 오른 1만94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14일에는 상한가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전 거래일보다 5.93%(1150원) 오른 2만550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15일에는 다시 하락세를 보는 등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17분 기준 11.53%(2410원) 하락한 1만8140원에 거래 중이다.
이정재는 지난해 12월 8일 와이더플래닛이 실시한 19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 이 회사 최대주주가 된 바 있다. 와이더플래닛은 이후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한국거래소에 의해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되고 하루동안 매매거래가 정지된 전력이 있다.
이정재가 정치 테마주에 연루되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해 11월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과 만찬을 한 사진이 공개되면서다. 만찬 사진이 공개된 직후 이정재가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과 연인 사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대상홀딩스가 '한동훈 테마주'로 묶이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12월 △4일 △7일 △21일 세 차례에 걸쳐 대상홀딩스우에 대해서도 매매거래를 정지한 바 있다.
이후로도 이정재가 지난달 18일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과 오찬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와이더플래닛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기도 했다. 와이더플래닛의 주가는 이튿날인 2월 19일 전 거래일보다 400원(2.56%) 상승한 1만6000원에 장을 마무리했다. 다만, 이날은 4.50%(730원) 내린 1만5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 이재명 피습·조국 신당에 관련 테마주도 요동
야권 인사를 중심으로 한 테마주도 있다. 지난 1월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 때는 이 대표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 있다는 이유로 이 대표 테마주로 불리는 동신건설이 전 거래일 대비 29.99%(5180원) 오른 2만2450원에 거래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모니터 개발업체 에이텍도 같은 날 17.09%(2230원) 상승한 1만5280원에 거래됐다. 에이텍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창조경영 최고경영자(CEO) 포럼의 운영위원회장을 맡았던 신승영 대표이사가 최대주주로 있다.
지난 11일에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정치 활동을 본격화하며 학연으로 엮인 화천기계가 전 거래일 대비 19.78%(890원)급등해 5390원에 거래됐다. 남광 전 화천기계 감사는 조 전 장관과 미국 UC버클리 로스쿨 동문이다.
다만 조 대표는 화천기계와의 관계성을 부인한 상태다. 지난해 9월 화천기계가 상한가를 기록하자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저와 제 가족은 '화천기계'와 어떠한 관련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 테마주로 꼽히는 동신건설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0.38%(100원) 내린 2만6400원을 호가하고 있다. 에이텍은 1만5550원으로 보합다. '조국 테마주' 화천기계는 전 거래일 대비 6.85%(390원) 상승한 6080원을 기록하고 있다.
◆ 증권가 "총선 일정 임박할 수록 다양한 변수…변동성 유의"
다만, 증권가에서는 뚜렷한 실적없이 화제성에 따라 요동치는 정치 테마주 종목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실제로 '조국 테마주'로 꼽힌 화천기계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상 지난 한 해 매출액 1619억원과 영업적자 30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7%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됐다.
조준기·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4월 10일에 실시되는 우리나라 22대 총선이 다가옴에 따라 정치적인 이벤트와 뉴스플로우 빈도가 늘어나며 정치 테마주들의 흐름도 활발해지고 있다"며 "여당과 야당의 지지율이 박빙이고 각 정당 내에서 신당 창당 움직임이 있는 만큼 이들 관련된 뉴스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강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어 "총선 일정이 점점 임박해 오고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고 있는 만큼 뉴스플로우에 따라 관련된 종목들의 주가가 위든 아래든 크게 요동치는 상황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어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연구원(KCMI)이 지난해 2월 발표한 '20대 대통령 선거 정치 테마주 현상에 대한 소고' 보고서에 따르면 정치 테마주 지수는 선거가 본격화할수록 상승했으나 선거일 직전(선거일 기준 13~24 거래일 전)부터 빠르게 하락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통령 선거 국면의 정치 테마주 특징과 시사점'에서 "정치 테마주로 분류된 주식들은 선거 기간 동안 정상수익률에 비해 이례적으로 수익률이 급등하는 경우가 빈번히 관측되고 있으며 선거 전후로는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도 정치 테마주 근절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금감원은 2월 1일부터 선거 당일까지 정치 테마주 집중 제보기간을 운영한다. 제보자는 금감원 홈페이지 불법 금융 신고 센터를 통해 신고하거나 금감원으로 우편을 보내면 된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연초 신년사를 통해 "정치 테마주, 사기적 부정거래와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를 엄단해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자본시장이 되도록 정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