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이 진행 중인 태영건설 주식이 멈춰 섰다. 태영건설이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가면서다. 태영건설 측은 빠른 경영 정상화와 거래재개를 위해 힘쓴다는 방침이지만 투자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장폐지에 대비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 태영건설 작년 자본 총계 -5626억원…"PF 손실 반영"
태영건설은 전날인 13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사업연도 결산 결과 연결재무제표 2023년 기말 기준으로 자본 총계가 -5626억원이라고 밝혔다. 태영건설은 자산(5조2803억원)보다 부채(5조8429억원)가 많아지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됐다.
태영건설의 자본잠식은 워크아웃 진행 과정에 따라 발생했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들의 예상 결손 및 추가 손실 충당이 반영된 결과다. 직접 채무는 아니지만 그동안 우발채무로 분류된 PF 사업장에 대한 보증채무 및 추가 손실에 대한 충당부채 예측분 등을 모두 선반영했다는 것이 태영건설 측 설명이다.
태영건설은 "자본잠식이 발생했지만 이는 워크아웃 상황과 맞물린 불가피한 과정으로, 관급공사 및 PF가 없는 사업에서는 여전히 견실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기업개선계획이 신속하게 수립돼 출자전환 등을 통한 자본확충으로 조속히 경영정상화를 이루고 워크아웃을 신속히 졸업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자본잠식은 워크아웃 진행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협의회는 실사법인이 수행한 실사 결과를 토대로 태영건설의 정상화 가능성을 평가,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자본잠식을 해소할 수 있는 충분한 자본확충 방안을 포함한 기업개선계획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에 대한 대여금 4000억원을 포함해 채권단의 기존 채권(약 7000억원) 출자 전환 등을 통해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오는 4월 1일까지 자본잠식 해소 입증해야
자본잠식이 되면 주식은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제40조)에 따라 매매가 즉시 정지된다. 한국거래소 역시 13일 공시를 통해 태영건설 주권 상장폐지 우려 및 주식 매매거래 정지를 안내한 상태다.
태영건설은 오는 4월 1일 2023년 사업연도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일까지 자본잠식 해소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만일 자료가 불충분하다면 태영건설은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될 수 있다. 자본금 전액 잠식은 유가증권상장규정 제48조에 규정된 상장폐지 사유다.
사업보고서에서 자본잠식 해소 입증 자료가 제출되면 상장적격성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최종 감사의견 결과에 따라 최종 확정된다.
상장폐지 사유 통보를 받게 되면 태영건설은 거래소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심의를 통해 최대 1년 동안의 개선기간이 부여된다. 이 기간에 개선계획을 이행하고, 개선기간 종료 후 거래소가 상장공시위원회 심의를 통해 개선계획 이행 여부를 심사해 상장유지 혹은 폐지가 결정나는 구조다.
태영건설은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되면 절차에 따라 이의신청과 상장폐지 사유 해소계획을 포함한 개선계획서를 제출해 개선기간을 부여받고 개선계획 이행을 통해 상장폐지를 해소하는 과정을 거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아직 탈출 못 한 사람?…정리매매 노릴 수밖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에 배팅했던 투자자들의 경우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더욱이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워크아웃 진행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제반 상황을 고려해 기업개선계획 의결 일정을 1개월 미루기로 한 상태다.
산업은행 측은 "기업개선계획과 관련해 당초 워크아웃 개시 이후 3개월 후인 4월 11일 이를 의결하는 일정을 수립했으나 실사법인이 PF 사업장 처리방안 분석 등에 추가적 시간을 요청하고 있다"면서 "협의회는 가능한 기한 내 기업개선계획을 부의하고 의결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이후 건설사들이 줄도산할 것이라는 이른바 '4월 위기설'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현재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태영건설이 거래정지를 못 벗어나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토로가 다수다.
온라인 증권 커뮤니티 등에서는 "세력들은 단물 다 빼먹고 나갔는데 아직도 들고 있는 사람이 있나?", "탈출 못 한 투자자들은 정리매매 첫날을 노리는 수밖에 없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정리매매는 상장폐지되는 주권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유동성을 부여하는 시한부 매매다. 증권거래소의 경우 보통 매매일 기준 5~15일간 이뤄진다. 정리매매 종목은 단일가 매매를 통해 30분단위로 거래되며 가격제한폭이 없다.
한편, 태영건설이 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매각 기대감이 커진 SBS의 주가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14일 SBS는 전 거래일(2만4450원) 대비 11.45%(2800원) 오른 2만72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는 2만8450원까지도 뛰었다.
앞서 은행권은 워크아웃에 돌입한 태영건설에 400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을 지원했다. 채권단은 지원 조건으로 지주사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 주식 556만6017주와 윤석민 TY홀딩스 회장 및 윤세영 창업 회장이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 각각 1282만7810주, 26만6955주를 비롯해 태영건설이 보유한 부동산과 비상장사 블루윈 주식 등을 담보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