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다빈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3주째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의료 공백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제약업계로 불똥이 튈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부 제약사들은 의대 파업이 이어지며 임상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전문의약품 처방 감소로 이어져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최근 대학병원 교수와 전임의가 환자 진료에 투입되며 임상시험승인계획서(IND) 작성과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 심사 등 임상 과정에 제동이 걸렸다. IRB 심사는 연구에 참여하는 대상자의 권리·안전·복지를 보호하며 연구대상자의 임상 연구 참여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임상시험의 진행 여부를 승인하는 역할을 한다.
신약 개발 업무에 참여중인 업계 종사자 A씨는 "IND 체크리스트 중 의사가 무조건 참여해야하는 항목이 있어 의사가 없으면 임상시험계획서를 작성하기 어렵다"며 "현재 우리도 의사에게 IND를 써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들의 파업으로 업무가 교수들에게 가중되면서 IND 작성이 늦어지거나 IRB 개최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의약품의 매출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제약사 매출의 대다수가 전문의약품에 집중돼 있는 만큼 상황이 장기화 될 시 의약품 처방이 감소해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큰 영향은 없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의료파업이)장기화 될 경우 매출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다행히도 영업사원들이 대형, 대학병원의 교수나 전문의를 대상으로 영업 활동을 펼쳐왔기에 아직까진 처방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의료파업 초기라고 보이는데 장기 지속된다면 임상진행이나 영업현장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약사들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의사들이 의협 비대위 주최 집회에 제약사 직원을 강제 동원한다"는 내용의 글이 퍼지면서 일각에서는 해당 제약사에 대한 불매운동 가능성도 제기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11시 기준 전국 100개 수련병원에서 계약을 포기하거나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가 1만1994명(92.9%)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간호사와 임상병리사를 대상으로 무급 휴가 신청 접수와 연차휴가 사용도 독려하고 있다. 정부는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의사들의 파업과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장기화되는 의료대란에 대응하기 위해 11일부터 4주간 군의관 2400명 중 20명을 국·공립병원 20곳에 파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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