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문정 기자] 카카오 '정신아호'가 이달 말 출범을 앞둔 가운데, 조직 개편의 운곽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종' 의혹으로 창사이래 최대 위기에 놓인 만큼 내부 정비에 나선다는 목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정신아 대표 정식 선임에 나설 예정이다. 정 내정자는 지난해 12월 차기 단독 대표로 내정됐다. 이후 지난 1월~2월 순차적으로 임직원 1000여명과 만남을 갖고, 인공지능(AI)과 향후 카카오 개편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등 취임 전부터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정 내정자는 임직원과의 간담회를 통해 향후 카카오의 조직 운영 방향과 주요 경영진을 발표했다.
정 내정자는 기존의 카카오 사업·경영지원 조직을 각 부분 '리더' 체계로 간소화하는 방향을 골자로 조직 개편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파트·셀 등 부서 단위를 폐지하고, '리더'가 해당 부문의 업무를 총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요 사업부문의 조직 개편 역시 추진 중이다. 사내 독립법인(CIC)로 존재하던 포털사이트 다음은 '콘텐츠CIC'로 이름을 바꾸고 콘텐츠 관련 역량을 강화한다. 콘텐츠 CIC 신임 대표로는 양주일 카카오톡 부문장이 내정됐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쇼핑하기' 등의 이커머스 사업을 맡은 커머스 CIC는 내부 사업 부문으로 흡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핵심 서비스 카카오톡의 수익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그룹의 차기 먹거리로 꼽은 AI 전담조직 신설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카카오는 그동안 태스크포스(TF) 단위로 AI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생성형 AI 등의 경쟁이 격화되는 만큼 더욱 체계적인 대응에 나선다는 목표다. AI 전담조직은 황유지 다음 CIC 대표가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출범을 앞둔 카카오 정신아호의 윤곽이 드러나는 가운데, 내외부의 잡음도 적지 않다. 특히 근무 체제를 둘러싼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정 내정자는 최근 간담회에서 부서별로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선택하는 기존의 근무 체계 대신 사무실 출근을 이어가는 한편, 재택근무는 추후 논의하자고 밝혔다. 이에 카카오 노조를 비롯한 직원들은 정 내정자의 대표 취임과 함께 재택근무제도가 폐지되는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이전에 상장 후 스톡옵션 대량 매도로 '먹튀(먹고 도망치는 행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본사 CTO로 복귀시킨 점도 논란을 키웠다. 앞서 김범수 창업자를 비롯한 카카오 그룹 차원에서 그동안 제기됐던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수용하며 강력한 인적 쇄신 작업에 나서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T 업계는 카카오의 외부 준법·윤리경영 감시 조직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준신위)'가 이달 정기 회의 안건으로 정 CTO 내정자의 선임 여부를 안건으로 올릴지 집중하고 있다. 지난 1월 정식 출범한 카카오 준신위는 현재 카카오 본사를 비롯해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게임즈 등 6개사가 협약사로 참여하고 있다.
munn0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