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문정 기자] '인적쇄신'을 약속한 카카오가 그룹의 기술 사령탑으로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내정했다. 정규돈 CTO는 카카오뱅크 상장 직후 대량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해 '먹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장본인인 만큼, 향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5일 IT업계에 따르면,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최근 임직원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CTO를 카카오의 차기 CTO로 소개했다. 정규돈 CTO 내정자는 인하대 자동차공학 석사 출신으로, 다음커뮤니케이션 기술그룹 총괄과 카카오 플랫폼기술 총괄을 거쳐 2016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카카오뱅크 CTO를 맡았다.
정규돈 CTO의 복귀 소식에 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그가 카카오뱅크 기업공개 3거래일 만인 2021년 8월10일 스톡옵션 11만7234주 중 10만6000주(주당6만2336원)에 매도해 66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정 CTO는 같은 달 한 차례 더 스톡옵션 매도에 나서 추가로 1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달성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갓 상장한 기업의 최고위 경영진이 시세차익 달성을 위해 대규모의 스톡옵션을 매도하는 행위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향후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하는 행위"라며 "실제로 정 CTO 내정자의 대규모 스톡옵션 행사 이후 주가가 내려가 일반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으로 인해 법인과 김범수 창업자, 배재현 투자총괄대표 등이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배 대표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카카오 그룹을 향한 수사가 죄어오는 가운데, 경영 일선에 물러나 있던 김범수 창업자 역시 사실상 경영에 복귀했다. 그는 최근 불거진 카카오 위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인적쇄신을 통해 '회전문 인사' 의혹을 끊어내고, 인공지능(AI) 등 기술 중심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김범수 창업자는 지난해 12월 3년 만에 직접 임직원 간담회인 '브라이언톡'을 개최하고 "새로운 배,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워가고자 한다"며 "2024년부터는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예고했다.
이와 함께 카카오는 본사(홍은택 대표→정신아 대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김성수·이진수 공동대표→권기수·장윤중 공동대표), 카카오게임즈(조계현 대표→한상우 대표) 등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아울러 카카오는 지난해 11월 법인카드를 사용해 게임 아이템 1억원어치를 결제해 정직 처분에 내려졌던 김기홍 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신해 크레디트스위스(CS) 출신의 최혜령 CFO를 영입했다. 구속 상태의 배재현 투자총괄대표는 지난달 16일 개인 사정을 이유로 사내 이사에서 사임했다.
카카오 측은 정 CTO 내정자에 대해 "복잡한 카카오의 서비스 기술을 이해하고, 1금융권의 기술안정성 수준을 구축하기 위해 경험 있는 리더를 (CTO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한편, 카카오는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직과 인사개편 작업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카카오는 전문성을 갖춘 젊은 리더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 업무 몰입도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조직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근무제도 개편과 카카오톡 쇼핑하기 등 커머스(쇼핑) 사업을 담당하는 커머스 사내독립기업(CIC)을 본사 내부 부문으로 흡수하는 방안 역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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