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며 중국산 커넥티드카(스마트카)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하이브리드에 밀려 전기차 상용화 시대 도래가 주춤하고 있지만 시장 주도권 다툼은 이른 시기에 찾아온 모양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받을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중국과 같은 우려국가에서 온 자동차가 미국 도로에서 우리 국가안보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전례 없는 조치를 발표한다"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저는 상무부에 우려 국가의 기술이 적용된 커넥티드카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고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커넥티드카를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고 표현했다.
인터넷에 연결된 차량인 커넥티드카는 차량 세부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제어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커넥티드카에 제동 거는 모양새지만, 중국 역시 미국 테슬라 전기차를 경계하며 제재를 가하는 상황이다.
중국산 전기차가 해마다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을 거듭하자 미국은 경계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 총 대수 약 1406대다. 중국 비야디(BYD)는 전년 대비 58.3% 증가한 288만대를 판매해 1위를 차지했다.
BYD는 송과, 아토3, 돌핀 등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라인업으로 20.5%의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은 12.9%로 BYD에 밀려 2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6만대 이상을 판매해 전년 대비 10.4% 늘었다. 시장 점유율은 4.0%다.
유럽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 인기는 상당하다. 지난해 3분기 중국 전체 신에너지 차량 수출 대수는 93만6625대로 유럽이 48.1%(45만792대)를 차지했다. 2위는 37%(34만65554대)를 차지한 아시아다. 미국 등 북미 지역은 4.6%(4만2731대)에 그쳤다.
높은 관세가 부과돼 중국산이 들어오기 힘든 구조지만 미국은 멕시코를 우회해 자국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BYD는 올해 초 멕시코 공장 설립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북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멕시코 생산기지에서 나온 전기차가 관세 부담 없이 진출할 수 있다.
미국은 조사를 거쳐 중국 커넥티드카에 대해 규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60일간 산업계와 대중 의견을 듣고 규제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산 라이다 등 기술과 부품을 사용한 다른 나라 자동차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점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현대차·기아가 받을 영향은 없을 것이라 본다. 이미 중국산이 높은 관세 등을 이유로 미국 시장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서다. BYD도 이같은 사정을 고려해 당장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미국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SNS로 "멕시코에 어느 곳보다 거대한 공장을 짓고 관세 없이 미국에 자동차를 팔고 있다"며 "모든 종류 자동차를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BYD가 멕시코에 공장을 짓고 미국 시장을 본격 진출하면 멕시코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기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아 멕시코판매법인(KMM)은 전년 대비 17.7% 증가한 11만대 판매를 올해 목표로 세운 상태다.
하지만 BYD는 우선 관망하는 분위기다. 스텔라 리 BYD 아메리카의 최고경영자 부사장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은 흥미로운 시장이지만 중국 기업에 대한 반발이 있는 등 매우 복잡한 시장"이라며 "당분간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상황이 바뀔 여지는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당장 BYD가 멕시코에 공장을 지은 것은 아니기에 현대차·기아에 영향은 없지만, BYD 움직임과 미국 대선 결과, 미·중 대치 등에 따라 영향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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