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이 급증하는 해외여행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트래블 카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특히 하나카드는 '트래블로그'가 가입자 수 400만을 돌파하며 해외여행 1등 카드사 자리에 올랐다. 이에 신한카드, KB국민카드 등도 해외 결제·출금 수수료 면제 등의 서비스를 내면서 해외 여행객 잡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카드는 '트래블로그'를 통해 카드업권에서 해외 결제 및 외환 서비스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2년 7월 출시된 트래블로그는 환전 수수료 없이 하나머니 앱으로 외화를 충전해 두고 해외 어디서나 무료로 인출·결제할 수 있는 해외여행 특화 서비스다. 현재 26개국의 통화를 수수료 없이 환전할 수 있다. 하나카드는 트래블로그에서 운영 중인 통화를 4월 중 총 41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트래블로그는 지난해 말 300만을 달성한 뒤 97일 만에 400만을 돌파했다. 해외 체크카드 시장 점유율에서도 독보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자료에 따르면 하나카드는 지난해 1월 해외 체크카드 점유율 1위에 오른 이후 13개월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초 20% 중반대로 시작한 점유율은 올 초 39.2%까지 치솟았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최근 출시 된 외화 계좌 기반의 서비스와 트래블로그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며 "하나머니앱에서 수수료 없이 3초만에 환전하는 편리하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트래블로그 서비스의 핵심 성공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카드 역시 최근 해외여행 특화 체크카드를 출시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신한카드는 신한은행과의 협업으로 '쏠트래블 체크카드'를 지난달 14일 출시했다. 전 세계 30종 통화 100% 환율우대와 해외결제 및 해외 ATM 인출 수수료 면제를 연회비 없이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은 쏠트래블 체크카드에 대해 "기존 존재하는 상품 중에서는 이만한 상품은 없다는 걸 직을 걸고 약속한다"며 기존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쏠트래블은 출시 3영업일 만에 발급매수 10만장을 돌파하는 등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KB국민카드도 참전을 예고했다. 국민카드는 오는 4월 중 KB국민은행와 협업해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트래블러스 체크카드에는 환전 수수료 면제, KB페이 이용 시 추가 할인 등 고객 맞춤형 서비스와 혜택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앞서 우리카드는 지난해 8월 외화 충전·결제 서비스 플랫폼 '트래블월렛'과 손잡고 전 세계 38개국 외화를 충전·결제할 수 있는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상품 '트래블월렛 우리카드'를 출시했다. 항공 마일리지를 쌓고 국제 브랜드 및 해외이용 수수료가 면제되는 '카드의정석 에브리 마일 스카이패스' 카드와 프리미엄 호텔 아코르에서 특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올(ALL) 우리카드' 등을 출시해 해외여행객들을 공략하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지주계 카드사들이 잇달아 환전 수수료 무료 등의 파격적인 마케팅을 내놓는 만큼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와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고 해외여행 시 환전수수료 100% 우대가 기본적인 서비스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는 만큼 유사한 혜택을 가진 해외여행 특화 카드상품의 출시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코로나19 유행의 종식으로 해외 여행이 급증하며 해외 카드결제 이용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기준 국내 9개 카드사의 개인 신용카드 해외 사용액은 16조8526억원으로 전년(11조9358억원) 대비 41% 증가했다. 해외결제 규모도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해외결제액은 6조7567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27%(1조4327억원) 증가했다. 국내에서 직접 해외 쇼핑몰을 이용하는 '직구족'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이 속속 여행 관련 특화 카드를 내놓는 것에 대해 카드사 조달 비용이 급증한 상황에서 수수료 무료나 환율 우대 등 과도한 마케팅으로 역마진이 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 간 출혈 경쟁, 과도한 마케팅 등을 방지하기 위해 상품 출시 전 수익성 가이드라인 분석을 거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환율수수료와 해외가맹점 이용수수료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수익성이 높은 상품이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서비스를 통해 신규회원을 확보하고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는 등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