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독립 경영' 효성그룹, 무엇이 달라지나…계열 분리 수순


2개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조현준·조현상 형제 독립 경영
장기적 계열 분리 관측…"체제 변화 앞둔 6~7월쯤 가닥"

효성그룹이 조현준(왼쪽)·조현상 형제 독립 경영 체제로 전환한다. /효성그룹,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효성그룹이 달라진다. 신규 지주회사를 설립하며 조현준·조현상 '형제 독립 경영'을 시작한다. 장기적으로는 계열 분리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2개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되는 오는 6~7월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효성그룹 지주회사인 ㈜효성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거쳐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효성홀딩스USA, 효성토요타 등 6개사에 대한 출자 부문을 인적 분할해 신규 지주회사 ㈜효성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하는 분할 계획을 결의했다.

효성그룹은 오는 6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회사 분할 승인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후 7월 1일자로 존속회사인 ㈜효성과 신설법인인 ㈜효성신설지주 등 2개 지주회사 체제로 변화한다. 핵심은 각각 독립된 지위를 갖춘다는 점이다. 동양나이론을 모태로 지난 1966년 설립된 효성그룹이 '오너 3세' 시대에 들어서 '형제 독립 경영'을 본격화하게 됐다.

분할 배경·목적에 대한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이는 그룹 경영 이념 중 하나인 '책임 경영'을 실현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지주회사별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글로벌 불황, 공급망 위기, 전쟁 등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책임 경영의 한 축은 조현준 회장이, 또 다른 한 축은 동생인 조현상 부회장이 맡는다.

이와 함께 재계에서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효성그룹은 조석래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맏형 조현준 회장과 주요 임직원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하면서 '형제의 난'을 겪기도 했다. 현재 분쟁의 불씨가 사라졌지만, 장기간 이어진 소송이 내부적으로 적잖은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체제 개편 계획이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하며 경영권을 둘러싼 리스크를 해소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는 효성그룹이 장기적으로 계열 분리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효성그룹

구체적으로 조현준 회장은 ㈜효성을 맡아 전통 사업인 섬유, 중공업 등의 성장을 이끈다. 재편 작업이 마무리되면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효성티엔에스 등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회장에 취임한 조현준 회장은 세계 1위 스판덱스를 비롯해 중전기기, 폴리프로필렌(PP) 등의 글로벌 생산기지를 확대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친환경 리싸이클 섬유인 리젠, 바이오 스판덱스 등을 통해 친환경 섬유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효성신설지주를 이끄는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를 주축으로 글로벌 소재 전문기업이라는 위상을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시장 점유율 1위의 내연기관·전기차용 타이어코드 제품을 포함해 수소에너지용 탄소섬유, 아라미드, 시트벨트, 에어백 등 세계 3위 내 제품 1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 조현상 부회장은 첨단소재 전신인 산업자재PG장, 전략본부장 등을 역임하고 2022년부터 사내이사를 맡아 주도적으로 효성첨단소재의 성장을 추진해 왔다.

두 사람의 공통 과제는 신성장 동력 발굴이다. 독립 경영을 통해 각 사업의 관리 체계를 더욱 전문화하는 만큼, 미래 사업 추진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재계는 나아가 효성그룹이 계열 분리라는 큰 변화를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지분 구조 또한 계열 분리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는 분석이다. ㈜효성 지분율은 조현준 회장이 21.94%, 조현상 부회장이 21.42%로 비슷하지만, 효성티앤씨의 경우 조현준 회장만 14.59%를 보유하고 있고, 효성첨단소재의 지분은 조현상 부회장만 12.21%를 가지고 있다. 물론 다른 자회사의 지분 구조가 완벽히 구분된 것은 아니다. 계열 분리가 현실화된다면 조석래 명예회장 지분에 대한 상속 시나리오와 두 사람이 보유한 각 회사 지분을 어떠한 방식으로 정리할지 등에 재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계열 분리와 관련해 현재까지 구체화된 내용은 없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은 관측만 제기되고 있고, 체제 변화를 앞둔 6~7월쯤 어떠한 방식으로든 가닥이 잡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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