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KCGI자산운용이 주주환원율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이 적정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에 대해 주주총회(주총)에서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행사하는 '의결권 행사 세부 기준'을 마련했다. 주총에서 영풍과 표 대결을 예고한 고려아연이 첫 표적이 될 전망이다.
27일 KCGI자산운용은 의결권 행사 세부 기준을 마련했다고 발표하면서 올해 3월 주총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KCGI자산운용이 투자한 회사인 고려아연의 올해 주총에서 회사 측의 정관 변경 안건에 대해 해당 기준을 적용한 반대표를 던지고, 일반주주 입장의 안건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찬성 의사를 표시한다는 방침이다.
KCGI자산운용이 이날 공개한 세부 기준으로는 피투자회사의 ROE, PBR 등이 내부 기준에 미달할 경우 이사의 선임, 재무제표 승인, 이사의 보수 한도 승인 등 3개 안건에 대해 반대의견 행사를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업황에 대한 고려 및 회사의 설명이 있는 경우, 운용 부문 내부 논의를 거쳐 찬성 의견 행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KCGI자산운용은 26일 발표된 정부의 밸류업 지원 방안에 따라 자산운용사가 구체적인 스튜어드십 실행을 위한 계량적 지표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하기로 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자평했다.
KCGI자산운용 관계자는 "그간 외부 의결권 자문기관에 의존해 의결권을 행사해 왔으나 주주 이익 관점에서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하는데 아쉬움이 있었다"며 "주주 가치 제고 관점에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수립 실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새 기준을 적용할 경우 투자기업 중 약 50% 이상 주총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70여 년간 경영을 함께 해온 영풍과 오는 3월 주총에서 표 대결을 앞두고 있다. 고려아연은 주당배당금 5000원과 함께 신주발행을 외국합작법인만을 대상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정관 삭제를 정기주총안건으로 상정했으며, 영풍은 주당배당금 1만원을 제안하고 있다.
KCGI자산운용은 고려아연의 정관 변경 안건이 일반 주주가치의 희석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반대 의견을 행사할 예정이다. 1대 주주와 2대 주주간 이견이 있는 주당배당금 관련해서도 1만원을 제안한 영풍 측 안건에 찬성하는 등 주주환원 입장에서 일반 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KCGI자산운용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전체 유통주식의 약 15%에 달하는 3자 배정 유상증자와 자사주매각을 통해 일반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됐다"며 "1대 주주, 2대 주주간 경영권 분쟁에서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차원이 아닌, 주주이익이라는 원칙과 당사 주식운용본부 내부 기준에 입각해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며, 다른 투자기업을 대상으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