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창업 이래 지금까지 제철보국(製鐵報國)이라는 생각을 잠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철은 산업의 쌀입니다."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말이다. 경영진 교체기를 맞은 포스코는 안팎으로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그룹 뿌리이자 전체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철강업 부흥을 일으키면서, 이차전지 소재 등 신산업을 정상궤도에 안착시켜야 할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장인화 회장 후보자는 지난 14일부터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 마련된 예비사무실로 출근하며 경영 전반을 보고받고 업무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 장 후보자는 내달 21일 열리는 주주총회의 산을 넘어서면 공식적으로 회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장 후보자는 철강업의 부흥이라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일각에서 미래 먹거리를 위해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등이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정통 철강맨'인 장 후보자를 낙점했다.

실제 장 후보자는 지난 8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포스코그룹의 본질은 철강이다.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통과 역사가 바탕이 된 후에 새 지식이 습득돼야 한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장 후보자의 인식은 그룹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 절반을 차지하는 자회사 포스코의 실적이 지난해 부진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매출 38조9720억원, 영업이익 2조83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모두 줄었다. 2021년부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철강 역시 지난 2022년 반등하는 듯했으나, 지난해 매출 20조4940억원을 기록하면서 주춤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의 수장으로 임명될 예정인 장 후보자는 최정우 회장 체제에서 세운 방향성을 살리면서도 철강업을 부흥시킬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전기차와 고급가전 시장 성장에 맞춰 전기강판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등 철강업 부흥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친환경 흐름 속에 저탄소 철강 생산체제 구축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다만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 기술 측면에서 앞서나가고는 있지만 상용화는 더딘 상황이다. 포스코는 오는 2027년 수소환원제철 시험설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같은 방향성은 지난 21일 단행한 인사에서 재확인됐다.

대표적인 '최정우 라인' 김학동 부회장이 물러나고 이시우 사장 단독체제로 전환됐다. 인사를 통해 기존 체제에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새로운 것은 새롭게 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사장은 광양제철소장과 생산기술본부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장 후보자는 신사업을 정상궤도에 안착시켜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매출 4조7600억원, 영업이익 36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영업이익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유병옥 포스코홀딩스 부사장을 사장으로 내정했다. 유 부사장은 친환경미래소재 총괄로서 이차전지 소재 원료 사업을 담당해 왔다. 현재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에 주력하는 포스코퓨처엠은 리튬인산철(LFP) 사업 진출을 고심하고 있다.

별개로 장 후보자가 취임 전까지 넘어야 산도 있다. 당장 내달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앞서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차기 회장 선임 절차 초기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후추위가 '호화 이사회 논란' 중심에 섰던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문제를 제기할 명분은 있다. 장 후보자 자체도 이사회 논란으로 지역 시민단체에게 고발당해 피의자 신분인 상황이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최근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강제 수사를 저울질하고 있다.

일부 보수 시민단체는 장 후보자를 문제 삼으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보수 성향 단체 신자유연대 등은 지난 21일 전북 전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장 후보자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주장했다.

신자유연대는 서울 서초구 강남역 사거리에 장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도 내건 상태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의 회장 선임에 충분히 배경이 의심되는 정치 유튜버나 시민단체의 과도한 개입은 자칫 기업활동을 정치판으로 전락시켜 경쟁력을 약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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